마피아-1

2차/데레마스 2016. 3. 3. 22:44

마피아AU - 1

 

 

2015-12-08

닛타냐

아나스타샤x닛타 미나미

 

 

 

 

얼마나 된 것일까, 이 곳에 오게 된지. 아냐쨩의 방에 머무르면서 이상한 일을 꽤나 많이 겪은 것 같다. 아냐는 프로덕션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눈에 띄게 달랐다. 남을 걱정하는 일 조차 없었다. 최대한 낮은 온도의 표정, 최대한 아끼는 말.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한 후에는 한참이나 뒤에 들어왔고, 얼핏보면 같은 정장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바뀐거라는걸 알 수 있는 다른 옷차림을 하고 왔다.

 나중에서야 물어본 것이지만, 오늘의 일은- 요컨대 배신, 이라는 것 같다.
 하얗게 눈이 쌓인 검게 가라앉은 거리를 향한 창 앞에 선 아냐는 짧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보다도 더 길게 내쉬었다. 톡톡톡 하고 창틀을 두드리는 아냐의 손가락 끝을 보면서 나는 침대위에 앉아 얇은 치맛자락을 꼭 쥐고 아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새로 깨달은 사실 중 한 가지. 아냐의 저 수신호는 불안함이 아닌 불만스러움을 드러내는 사인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냐는 지금 불만스러우며 화가 나 있다.
"Сердиться "
"그, 저기 아냐쨩?"
"Да, Моя Минами."
"무슨 일 있니?"
"ㅡнет."
 호기심보다는 무거운 적막을 어떻게든 깨고싶어서 조심스레 운을 뗐고, 아냐는 이쪽을 보더니 짓궂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젠 아냐의 웃음마저 평범한 미소로 보이지 않아 아냐를 보는 내 인식이 얼마나 바뀐건지 스스로 통감했다. 그러면서도 이 억지스레 보이는 따스함마저 나만을 향한 것이라는걸 깨닫게 된 어느 날부터는 이런것도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Стася."
"Да."
"Теперь время."
"Да."
"Приходите медленно."
 똑똑, 하며 신사적인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아냐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냐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신경질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차분히 깔아내리며 미간을 구겼다. 정중한 남성의 태도에 비해 아냐는 예의가 없어보일 정도로 매정했다. 이쪽을 향해 고개를 숙인채 말하는 남성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시종일관 네, 네. 라고만 대답하고 남성의 마지막 말에 그쪽을 향해 두어번 손만 휘저었을 뿐이다. 남성은 그 손짓에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미나미, 아냐ㅡ 다녀와야 합니다. 이제 시간, 입니다."
"또 어디를 저기, 아냐쨩. 늦은 밤이잖니."
 다시 나간다고 말하며 내 앞을 지나 문고리를 향하는 아냐를 쫓아 다른쪽의 옷 소매를 당겼다. 하얀 와이셔츠는 빳빳하게 당겨졌고, 그 반동으로 어깨에 가볍게 걸치고 있던 검정 마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냐는 그 마이를 빤히 보더니 피식 웃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주친 그 눈동자에는 아주 잠깐, 냉랭한 위압감이 들어섰지만 둥글게 미소짓는 모습을 따라 그것도 빠르게 녹아내렸다.

"같이 가면 안될까, 아냐쨩?"
"비추천, 입니다."
"부탁이야. 아냐쨩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어."
" "

 별로 길지 않은 시간동안 아냐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내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라며 나를 바라보고는 바닥에 떨어진 마이를 주워 두어번 털고 나의 어깨에 걸쳐줬다. 방금 떨어졌을 뿐인 마이는 아냐의 체온을 단 한 점도 품고 있지 않아 차가운 그대로였다. 밖은 난로가 없어 춥습니다, 라는 말에 마이를 꼬옥 붙잡고 다른 손은 아냐의 하얀 손을 붙잡았다. 이 방을 나갈때는 꼭 이렇게 하는게 좋을거라고 아냐가 신신당부 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바깥은 추웠고 기본적인걸 전부 해결할 수 있는 이 방에서 굳이 나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밖은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에, 말조차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꽤나 낯설어 더욱 외출을 삼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일본에서는 오히려 이 반대의 느낌이 아니였을까, 싶다. 물론 내 상황만큼 아냐가 소통에 문제를 가진건 아니겠지만. 스케쥴이 없는 날에는 차분히 방 안에서 생활하거나, 밤 하늘을 홀로 올려다보는 아냐의 그 하얀 손을 나는 꼭 잡아주었고, 어딜 가든 함께라며 웃어주었다. 그러면 아냐는 어디든, 함께. 라고 따라하며 밝게 웃어주었고 우리는 차가운 겨울도 따스하게 보냈ㅡ


"Здравствуйте."
"Да. привет."

 지난 일을 떠올리며 정신없이 걸었더니, 어느새 나는 한 방 안에 와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의 한 목소리가 된 인사에, 아냐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방 안의 정중앙에는 낡은 나무의자가 있었고, 한 사람이 물에 홀딱 젖은냥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엔 정중앙의 의자를 기점으로 불규칙하게 원형을 띄는 검정빛 자국이 있었다. 군데군데 손바닥 모양이나 발바닥의 쓸린 모양의 자국, 또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끌린 자국도 잔뜩 있었다. 내가 그것들이 이곳에서 고문, 혹은 살해당한 사람들의 마지막 잔해라는걸 깨닫게 되는건 아주 잠시 후의 일이다.

"Снимать."

 아냐의 말에 의자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려 벽에 붙어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겉의 검정 마이를 벗었고 의자에 앉혀진 사람은 고개를 들어 사람들의 행동을 당황스레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던져진 사람들의 검정마이를 보고 조소를 내비쳤다. 

"Стася, Вот. Ваш ружье."
"Спасибо."

 아냐의 가장 근방의 남성은 잘 닦아둔 듯한 은빛 총과 한 발의 총알을 건넸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볼 법한 그런 총이였다. 아냐는 익숙하게 그것을 받아들어 총신의 옆을 밀어냈다. 찰칵소리와 함께 그 부분이 튀어나왔으며, 아냐는 단 한 발의 총알을 아무 칸에나 밀어넣고 다시 그 부분을 닫았다. 

"저, 아냐쨩 혹시ㅡ"
"괜찮습니다. 아, 이건 잠시."

 아냐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이고는 내 어깨에 걸쳐진 자신의 마이를 걷어갔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단 세 걸음만에 중앙의 남성에게 다가갔고, 한 손으로 총을 받쳐 총의 윗 부분을 당기고 방아쇠를 당기고를 두어번 반복했다. 하나를 제하고는 빈 공간이였기에 그 시간동안 아냐의 앞의 남성은 눈에 띄게 긴장을 내비쳤고, 아냐는 찰칵- 하는 소리를 듣고 만족스레 끄덕거렸다. 

"Сказать?"
"Стася."
"До свидания. предатель."






 아냐는 마이를 버린채 나를 이끌고 차가운 복도를 지나 방으로 돌아왔고, 넋이 나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나를 따스한 물을 받은 욕실에 밀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고, 아냐는 기어이 다시 들어와 천천히 나의 옷을 벗기고 욕조 속으로 나를 밀어주었다. 생각을 정리하고자 조금 전 일의 끄트머리를 살짝 끄집어내면, 새카만 바닥에 의자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시커먼 붉은 액체에, 아냐의 검정 마이가 더욱 지저분한 검정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에, 그 위에 은빛 총 한 자루를 올리고 뒤돌아 손을 탁탁 털고 내게 싱긋 웃는 차가운 푸른 눈에ㅡ 

"아, 아ㅡ "
"ㅡ미나미."
" 아, 아냐 아냐쨩. 아냐ㅡ"
"Ничего, 미나미. 이제 끝, 입니다."

 욕조 안의 따스한 물마저 어쩌면 이것이 그 사람의 체온이였을지도 모른다는 기가 막히는 궤변적 생각이 차올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아냐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안아주고는 뒷머리를 연이어 쓸어주었다. 괜찮다는 말에, 이게 어떻게 괜찮냐라는 생각이 들다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쯤 생각이 툭, 하고 끊겨버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정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아냐의 어깨를 붙잡아 밀어 살짝 거리를 둔 채 마주한 그 눈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욕실의 뜨거운 공기로 뿌옇게 된 시야에는 온전히 아냐만이 들어왔고, 나는 아냐를 책망하기도 전에 이 낯선 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이 아이밖에 없다는걸 깨달았다. 도덕적임을 따지기도 전에 나는 피식 코웃음을 치며 이 악몽같은 현실을 잊기로 마음먹었다.

 젖은 몸으로 아냐를 다시 안았고, 아냐는 나를 안아 토닥이며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일상이 될 겁니다. 미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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