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뱀파이어, 인간 AU - 2
2015-12-12
카에닛타냐
타카가키 카에데x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카에데씨는 그 복도를 지나자마자 급작스레 걸음을 재촉했다.
머리칼이 살짝 나부낄정도의 순간에 훅하고 어느 방 앞에 도착했다. 카에데씨는 나를 안고서도 간단하게 다른 손으로 문고리를 돌려 밀었고, 우리의 등 뒤로 복도의 불 빛이 방 안을 채웠다. 그 순간에 보인 사람은 꽤나 독특한 구성이였다. 하지만 감상을 하기도 전에 카에데씨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방 문을 거세게 닫고 나를 문에서 가장 떨어진 구석 쪽 벽으로 몰아붙여세웠다.
"카, 카에데씨?"
"기어이… 뺏겨버렸군요."
"뺏기, 앗, 읏ㅡ!"
복도에서 들어오던 빛은 문이 닫힘과 동시에 사라지고 방 안은 저 멀리 구석에서 깜빡이는 형광등 하나의 빛을 제하고는 어색한 어둠에 파묻혀버렸다. 눈 앞의 사람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조차 어렴풋이가 아닌 이상은 확신할 수 없었고, 그저 목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이물감에 얼굴을 찌푸리는게 나의 있는 힘껏인 반항이였다. 양 손목이 머리 위로 교차되게 모여 붙잡혔고 카에데씨는 나의 옆 목을 평소보다도 더 강하게 물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줬다가는 더 깊이 들어올 것 같아 아픔에도 차마 몸부림칠 수 없었다.
"그거 아시나요, 미나미쨩?"
"… 우읏, 아… …… 무, 무엇을… "
"당신, 제가 먼저 선점한 사람이라는 것 말이에요."
애초에 그들의 생각과 선점, 각인. 그 무엇도 내게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기에 뭐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였다. 나는 어찌되건 이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함을 택해왔던 사람이고, 그에 따라 당연스레 카에데씨에게 지속적 공급을 하며 안전을 대가로 받은게 전부였다. 다만 어긋나기 시작한 건, 어느 날 아냐가 카에데씨와 적대시하게 되던 날부터였다.
카에데씨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나의 반응에 더욱 신경질적으로 나를 파고들었다. 깊이 들어오는 아픔에 입술을 깨물으며 간신히 신음을 참아냈지만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에데씨는 입을 떼고는 간신히 피가 멈춘 손목을 손톱으로 쭉 그어버렸다. 머리 위로 한 두방울씩 떨어지던 피는 기어이 그 양이 늘더니 제각기 손목을 타고 바닥으로, 머리카락을 타고 나의 이마로 흘러내렸다. 얼굴에 뜨끈한 감촉이 타고 내리자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까, 오직 그 생각만이 가득 찼다. 차가운 방 안에서 오직 나만이 뜨거운 체온을 가진 것 같아 고립됨을 느꼈고, 나를 안아주던 따스한 하얀 체온이 떠올랐다.
"읏, 아… 하… 죄,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카에데씨."
"죄송하다니, 무엇이 말인가요?"
"… 제가… "
"… 각인된 것, 말인가요?"
"… "
그녀는 풋, 하고 대놓고 비웃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그 눈은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보고 있을 것 같아 시선을 애써 바닥으로 내려붙였다.
"죄송해야할 건 미나미쨩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제가… "
"그 아이가 그걸 알면서도 늑대를 선택한게 죄송해야 할 일이겠지요."
그 아이. 아마도 아냐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선택이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손목이 타는 고통을 느껴 미간이 점점 구겨졌고, 카에데씨는 나의 손목을 내려 자신의 손으로 상처를 꾸욱 눌러 붙잡았다. 뜨거운 상처 위로 차가운 압박감이 들자 미묘하게 아픔이 잦아듬을 느꼈다.
"으흥~! 좋은 낮! 아니아니아뉘~ 우리 방은 계속 DARK하다굿? 좋은 밤!"
급작스레 방의 문이 벌컥 열어지더니 복도의 밝은 빛이 금빛의 동그란 단발을 비춰주었고, 이내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며 머릿 속을 뒤흔드는 정신 산만한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하아…… "
카에데씨는 붙잡은 손목을 놓지 않은 채 깊이 한숨을 내쉬고 그쪽을 향해 돌아섰다.
"킁킁, 킁킁킁! 배웠다구~ 냄새 맡기! 킁킁킁☆ 앗앗, 이 향기로운 냄새느은~"
"여는 아니다."
프레데리카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과장되게 허리를 숙여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고는 몸을 휙 돌려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의 란코에게 다가갔고, 란코는 마시던 음료의 빨대에서 입을 떼 간결하게 대답한 뒤 다시 음료 마시기에 매진하려는 듯이 눈을 감아버렸다.
"흐흥, 사실은 알고 있었답니다! 쨔안~ 오늘의 게.스.트. 는! 여기 이 고양이인 척 하는 늑대씨!"
"내 전리품이니까 건드리지 말라구. 부러우면 잡아와."
"체에… 록하지 못하네요오~ 그래도 시키쨩 빼고는 개에 관심 없지로오옹?"
"그럼 좀 가… "
형광등의 빛이 닿지 않는 곳. 이 방에 들어서는 그 순간에 본 것을 잘 더듬어 기억하자면, 목소리에 맞는 저쪽의 인물은 리이나. 그리고 그 발치에 구겨진 듯이 눕혀져 있던 건 다 찢어져가는 옷을 겨우 걸친 미쿠였던 것 같았다. 프레데리카는 방 안의 온갖 곳에 이리저리 시비를 걸고 다니다가 카에데씨와 내 앞에 와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았다.
"사실사실~ 프.레.쨩. 은 이쪽이 제~일 궁금하다구!"
프레데리카는 장난스런 목소리로 이쪽을 기웃기웃하며 떠들었고, 이내 목소리가 맹하게 코 막힌 소리로 바뀐걸로 보아 카에데씨가 그녀의 코를 붙잡은 듯 했다.
"우우우웅~… 너무해, 너무합니다. 나는 그저 궁금했을 뿐입니DA!"
"하아아… 그러니까 이런 되다 만 반쪽보다는 차라리 그 아이가 우리쪽을 선택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
너무햇! 이라는 소리와 함께 카에데씨의 손을 쳐낸 것인지 프레데리카는 다시 멀쩡해진 목소리로 뿌뿌뿌 같은 유치한 효과음을 직접 냈다. 카에데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고, 그나저나 오늘은 사치코쨩이 없나보네요. 다행이에요. 정신 없음이 두 배가 될 뻔 했어요. 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산만함 속에서 나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공기에 조금 전의 아픔이 잦아드는걸 느끼며 그 아이. 그러니까 아냐. 아냐가 선택하다, 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곰곰이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 도움 안 되는 흥미위주의 뱀파이어가 온 것인지… "
"오우, 그렇게 말하면 프레쨩 섭섭, 습습, 삽으로 땅을 파버린다구!?"
"……… 하아아아… "
드물게 카에데씨가 말장난을 치지 않는걸 보고 꽤나 지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잡은 손목을 살짝 돌려보자 순순히 놔 주었고, 프레데리카는 앗! 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벗어난 내 손목을 다시 덥썩 붙잡았다.
"럭키, 행운! 프레쨩은 역시 행운! 마침 목 말랐는데 잘 됐다, 역시 행.운.아!"
"에… !?"
"실례하겠습니다~~"
여기서 나는 냄새를 맡고 왔지롱, 같은 장난스런 말을 던지고는 나의 손목을 아래에서 위로 핥아올렸고, 등 줄기를 타고 찌릿함이 서더니 쓰라린 감촉이 손목을 자극했다. 프레데리카는 카에데씨가 낸 상처에서 난 굳은 피를 훑어 뱉어내고는 앙 소리를 내며 손목을 덥썩 물었다. 얕게 들어오는 이는 이내 힘을 주었는지 단숨에 힘줄에 닿았고 그녀는 그대로 입을 떼었다 다시 물었다를 두어번 반복해 세로로 길게 점선을 만드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 읏…! 대체 무슨… "
"경박하게 그러지 말고 휴대폰이나 보세요, 프레쨩."
"에에~"
프레데리카는 족히 여덟은 난 구멍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열심히 핥으며 다른 손에 든 휴대폰을 켜 화면을 봤고, 덕분에 나는 그 빛으로 내 손목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제각기 다른 속도로 계속하여 피가 흐르고 있었고, 프레데리카는 제멋대로 그것들을 핥아대느라 입 주변부터 턱 끝까지 지저분하게 붉은 선과 얼룩이 칠해져있었다.
"큰일, 큰일! danger… 단 거! 단 거라구. 상무쨩한테 나, 혼나버려엇! 핫, 뭘 하려고 했었지!?"
프레데리카는 휴대폰을 보더니 이윽고 입을 떼 소매로 대충 닦고는 잘 마셨어, 미나미쨩! 이라는 말과 함께 손목을 꼬옥 쥐어주었다.
"역시 달콤하다니까! 응응, 이래서 포기할 수 없다구."
"이봐요, 프레쨩. 크로네의 규율은 어디로 간 건가요?"
"에에~ 지겨운거얼… 공급 없이 어떻게 살라구! 이렇게 좋은걸!"
비밀로 하면 아무도 모를거야, 라며 쿡쿡 웃어대는 소리에 크로네의 규율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짐작하게 되었다. 크로네의 일원이 카에데씨를 꺼리는 이유, 아냐와 린에게 호의적인 이유. 아마도 회사 내의 규율과 비슷한 맥락이였을테고, 그들은 카에데씨가 이따금 말하던 되다 만 반쪽들. 즉, 공급없이 살아가는 흡혈귀들인거겠지. 하지만 그럼 프레데리카를 반쪽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이 차올랐다. 아냐와 연관이 되어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 무언가 물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ㅡ
"궁금하지~? 나, 왜 반쪽이라고 불리는지!"
"…… 에?"
프레데리카는 나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이 태연히 말해왔다. 그런 능력은 없을텐데도 들켰다, 라는 생각에 강자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한 채 다음 말을 숨죽여 기다렸고 되도록이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레쨩, 하프니까요. 알지요, 미나미쨩?"
"…… 하프… ?"
"그래요. 하프들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답니다. 무엇이 될 지."
"입 다물고 있으면 미인, 프레쨩. 입을 열면 초 미인! 게다가 섹시한 뱀파이어라니, 완전 흥.행.요.소!"
꺄핫! 하며 웃는 목소리에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라 입을 꾹 닫았다. 카에데씨는 재차 나의 손목을 꼭 붙잡아주었고, 그 차가움에 상처는 또 다시 천천히 마비되어갔다. 카에데씨가 한 말과 프레데리카의 말을 합쳐 정리해 생각하는 와중에, 프레데리카는 휴대폰에 상무쨩☆이라는 발신인의 착신화면이 뜨자 황급히 방 밖으로 달려나갔다.
"저래보여도 대치일에는 꽤나 큰 일을 해준답니다."
하프라는건 불공평하지요. 시작부터 남들과 다르니까요. 라는 카에데씨의 말에 아냐에 대한 걸 물어보고자 했지만 쉽사리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요, 그 아이가 진작에 이쪽이 되었다면 당신을 빼앗길 일도 없었고, 이렇게 전세가 밀릴 일도 없었을거랍니다."
카에데씨는 갑작스레 젖어드는 목소리를 하고는 붙잡은 나의 손목을 살짝 놔주고 상흔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의외의 행동에 나는 손목을 붙잡아 쓸었고, 까끌하게 쓸리는 느낌에 인상을 구겼다.
"전부 다 살자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미나미쨩도, 저도. 그쪽의 이야기만 듣고 우리가 나쁘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된답니다."
확실히 주변에는 카에데씨와의 적대 관계 사람이 더 많았고,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꽤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과적으론 이쪽도, 그쪽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기에 그 어디도 신뢰할 수 없었다. 어딜 가나 와닿지 않는 붕 뜬 이야기였으며, 그나마 체감되는건 카에데씨가 나에게 주는 날카로운 감촉 뿐이였다. 나는 카에데씨의 말에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해 그저 묵묵히 목덜미와 손목을 번갈아 눌러잡았다.
"우리는 그저 각자 개별적일 뿐이에요. 보시다시피 개체 수도 적지요. 하지만 저쪽은 그룹이랍니다. 여럿이서 우리 하나를 노리지요. 그런 건 비겁하지 않나요?"
"…… "
대신 적은 개체로 월등히 강하지만요. 저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저울이 맞을 만큼
카에데씨는 이어 무언가 웅얼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타당성 있는 말이였다. 이쪽은 항상 한 사람씩 움직였으며, 그쪽은 다수가 움직였다. 하나를 노리는 여럿, 이라는 상황만 두면 꽤나 비겁한 일로 보였다. 어디까지나 비현실적으로. 멀리 있는 어느 나라의 일처럼 다가오는건 마찬가지였지만.
"ㅡ미나미쨩이 우리의 전력이 되어준다면 기쁠 것 같네요."
"네?"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말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으며 지친 기색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포근한 잠자리에서 눈을 떠, 역시 다 꿈이였어. 라고 말하는 스스로를 상상하는데, 카에데씨는 나의 손을 꼭 붙잡고는 예상 외의 말을 꺼냈다.
"어머, 제가 설마 공급만 받는 흡혈귀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요?"
가벼운 웃음소리에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라는 주제가 머릿 속을 채워갔다. 카에데씨는 곧 깜빡이는 형광등을 향해 걸어갔고, 앉아있던 란코에게 손짓을 했다.
우린 이만 가지요, 실패작 란코쨩
무언가 말을 하는 듯 하더니 카에데씨는 란코보다 먼저 문을 향해 갔고, 근처의 스위치를 눌러 방 안의 조명을 전부 켰다. 그리고 곧게 나를 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엄지와 검지로 번갈아 입가를 만졌다.
"잘 생각해보세요, 미나미쨩. 남에게 지켜지기만 할 것인지, 스스로를 지킬 것인지. 기회를 주지요."
당신과 같이 목숨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쪽을 선택했을 때 좋은 전력이 되지요. 나쁜 제안은 아니니 잘 생각해봐요. 라는 말과 함께 카에데씨는 특유의 도드라진 송곳니가 보이게 웃으며 먼저 방을 나갔고 나는 기회를 준다, 의 의미에 대해 얼핏 떠오른 명제가 과연 옳은 것인지 재차 되짚어 생각하게 됐다.
멍하니 자리에 서 이리저리 지저분하게 물린 손목을 내려다보며 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내가 끼어들게 되는 것에 대해 열심히 생각해봐도 이렇다 할 좋은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카에데씨의 제안에 응하게 된다면 나는 그야말로 아냐의 마음을 배신하는 꼴이 되는 것이였으며, 또한 제안을 섣부르게 거절하기에는 내가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강한 유혹이 되어 박혀버렸다.
"ㅡ"
"… 아, 란코… 쨩?"
당장 답안을 내놓으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 자리에 굳어 서서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저 너머에 앉아있던 란코는 어느새 인기척도 없이 내 바로 앞에 서서 나를 빤히 봤고, 그런 란코를 향해 시선을 올리다가 란코가 마시던 음료에 눈이 갔다. 무난한 투명 병에 담긴 그것은 새빨갛고도 검은 빛을 띄며 점도있게 울렁였고, 꽂힌 빨대 위로 서서히 올라가 란코의 빨간 입술을 지나 들어갔다. 란코는 나의 시선의 이동에도 아랑곳 않았고, 이어 내가 란코의 붉은 눈과 눈을 마주하자 나의 한 쪽 눈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살며시 가리키며 빨대를 입술에서 떼어 천천히 입을 달싹였다.
잊지 마세요
란코는 꾸밈없는 한 마디의 말을 하고는 다시 입에 빨대를 가져다 댔다. 이어 얻어입은 듯한 트레이닝 져지의 늘어난 주머니 사이에서 하얀 붕대 하나를 꺼내더니 나의 다른 손에 쥐어주고는 유유히 카에데씨가 나간 뒤를 따라 나갔다.
잊지 말라, 는 그 말이 란코의 붉은 눈과 겹쳐 머릿 속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익숙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저, 미나미가 다치는 것. 싫습니다. 그런 선택, 하지 않습니다. 절대.
띄엄띄엄 떠오르던 목소리가 곧 온전한 문장이 되었고, 그걸 기억해내자 나는 아냐가 포기한 것과 내가 어떻게든 지키려던 그것이 같은 것이라는걸 깨닫고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