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는 별이 내려앉아있다.

2차/데레마스 2016. 3. 3. 22:51

방 안에는 별이 내려앉아있다.

 

 

2015-12-16

닛타냐

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나를 향해 빛나주지 않는 별을, 억지로 취했다.

"싫어요, 싫어요. 미나미."

 어느새 나를 향해서는 부정적인 말밖에 뱉지 않는 나의 별은, 나의 새카만 방 안에서 가장 밝고 하얗게 빛났다.


 까만 밤 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는 별들. 그 아래 하얀 스포트라이트 속의 스테이지. 뒤에는 그 모습을 더욱 크게 비쳐주는 스크린. 무대를 향해 펼쳐져있는 푸른 사이리움들. 모든 일렁임을 눈 안에 담고도 온전히 푸른 빛을 띄며, 마이크를 다잡고 무대 그 너머를 향해 뻗어가는 아냐의 손짓에 나는 들고 있던 물병에 힘을 주어 움켜쥐고 그 순간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았다. 

 꿈만 같던 무대가 끝난 후, 사람들도 떠나 적막하고 한산해진 스테이지. 아냐는 스테이지의 정중앙, 객석에 가장 가까운 그 끝에 앉아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살며시 웃어보이고는, 무대에서 꺼내놓던 음을 하나씩 연결해 흥얼거리고 있었다.  손 끝은 하늘을 향해 콕, 콕, 콕 별을 찍어 음과 함께 연결하는 것 같았다. 그런 아냐의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미지근해져버린 물병을 건네고 손 하나를 둔 거리만큼 앉았다. 

 아냐는 눈을 살며시 떠 곧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 눈에 담긴 별을 헤아릴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아냐를 가만히 바라봤다. 나의 곧은 시선에 부담이라도 느낀 것인지, 아냐는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치자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나를 보자 아냐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웃하며 웃었다. 그 미소에 기어이 두근, 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계속 담아두었던, 언젠가는 하겠지만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겁쟁이같은 나의 말을. 

좋아해, 아냐쨩.





 기어이 나는 나의 방에 하얀 별을 띄우려 데려왔다. 
 
그리고 그 별은 나의 방, 가장 낮은 곳에 가라앉은채 단 한 번도 일어나 빛나주지 않았다. 내게 들려주는 별의 소리는 차갑고도 단단했으며, 아무리 따스하게 보듬어보아도 나를 향한 눈빛은 포근함이 담기지 않았다. 



 Извините.
 미안합니다.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었던 그 말에, 나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대답이 들려올거라는 사실을 수십번이고 더 마음 속에 새기고 난 뒤라 더욱 이게 옳은 반응이라는걸 인정했다. 그리고 나는 예정대로 아냐를 데리고 왔다. 손쉽게. 

「구하기 어려운거니까요. 나중에 제대로 갚아주셔야한답니다?」
「감사해요, 카에데씨.」



 Прекратите.
 그만하세요.

 손 끝도 댈 수 없게 아냐는 나를 쳐냈다. 곁에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입을 열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아냐는 귀를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려버렸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씁쓸한 웃음만 띈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제적인건 안 좋지? 응, 알고 있어. 아냐쨩. 마음을 열 때까지 더 기다릴게. 라는 마음은, 생각보다 금방 무너졌다.


 Отпусти меня.
 놔주세요.

 스케쥴이 늦어진 밤, 돌아온 방 창가에는 나의 별님이 어떻게든 하늘에 닿고 싶은지 차가운 밤 바람을 들여가며 손을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곧바로 달려가 그 손을 챘다. 창을 닫아버리고 까만 밤에서 잡아챈 하얀 손을 나의 두근거리는 가슴 위로 올렸다.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빼려는 아냐를 힘을 주어 당겨 안았다. 나의 두근거림이 전해지기를 바랐지만, 돌아온 대답은 뜨거운 나와는 다르게 밤 바람을 닮아 냉담했다.



 Пожалуйста откройте.
 열어주세요.

 그 날 이후로 나는 창문에 경첩을 달아 자물쇠를 걸어버렸고, 방 문고리도 역으로 돌려달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방에 별님이 없다면 더는 서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 방에서 별님을 보내게 된다면, 난 영영 그 별을 볼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밤마다 별님에게 나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빌었고, 별님은 나의 애원과 갈증에 연신 얼어붙은 빛을 보이다가 기어이 아침이 되면 지쳐 잠들어버렸다. 돌아온 방의 문은 항상 긁힌 손톱자국과 핏자국이 지저분하게 붙어있어서, 그걸 닦아내고 별님이 좋아할 만한 친구들을 데려와 방 안에 즐비하게 붙여버렸다. 방 문과 방 천장, 바닥에는 온통 플라스틱 야광별과 야광별 스티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Дать мне.
주세요.

 어느 날은 방 안이 온통 검붉게 여기저기 눌러붙은 핏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나의 아냐는 애꿎은 손 끝을, 손목을, 입술을, 발목을, 목덜미를 뜯고 베어내고 긁어냈다. 나에게 항의하듯이. 새카만 방 속에서도 하얀 나의 별님은 점점 붉고 지저분해져서는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 머리칼을 천천히 쓸며 나는 오늘도 너를 좋아해, 라는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날붙이를 전부 치워버렸다. 날카로운 손톱도 전부 깎아버렸다. 손목을 침대 다리에 묶어버렸다. 



 Спасать меня.
 살려주세요.

 주던 밥조차 거절하던 아냐는 기어이 참을 수 없었는지 내가 떠 주는 것을 한 숟갈씩 받아먹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먹을 줄 알았던 기세는 생각보다 약해져 있었는지 느릿하게 음식을 씹어내렸고, 주는 물도 반은 흘려버렸다. 아냐는 깊은 새벽에는 죽은 듯이 자다가도 식은땀을 흘리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깼다. 그런 아냐의 곁에 다가가 땀을 닦아주었고 더는 아무 온도도 담기지 않은 탁한 푸른 눈이 내게 연신 살려주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별님을 풀어, 나의 잠자리에 데려가 꼬옥 안고 잤다. 별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두근거림이 닿은 것 같아 기뻤다. 



 Люби меня.
 사랑해주세요.

 라고, 별님이 드디어 나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나는 기쁨에 그 입에 입을 맞대었고, 아냐는 나의 행동에 어떠한 거부표현도 하지 않았다. 밀쳐지지 않는 두근거림에 드디어 허락받았다는 마음이 커져만 가서 나의 사랑을 자랑하려고 그 손을 잡아 주황빛 가로등이 줄을 선 한밤의 거리로 나왔고, 어디를 향해야할까 싶은 마음에 서둘러 아냐를 이끌고 건너편을 향했다. 



 Забудь меня.
 잊어주세요.

 인적이 드문 시간, 밤 거리를 지나는 고속버스 한 대. 
아냐는 터덜터덜 붉어진 맨 발로 나를 따랐고, 나는 기쁨에 앞만 보고 달렸다. 근처의 헤드라이트를 느끼자 아냐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손을 강하게 쳐냈고, 나는 그 손길에 당황하여 뒤를 돌아봤다. 

Забудь меня.

 아냐는 마지못해 웃어보였고, 빛 바랜 검은 거리에서 하얀 빛을 받던 나의 푸른 별님은 단 수 초만에 붉게 스러졌다.


"잊어.. 주세요, 려나."

 아냐쨩, 잊을리가 없잖니. 

 나는 스러진 나의 검은 붉은 별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의 밤처럼 별님을 나의 잠자리에 올리고, 꼬옥 안고 잠에 빠져들었다.
 
 나의 꿈 속에서는 여전히 그 무대가 보였고, 나는 별님이 앉아있던 그 자리 앞에 서서 푸른빛 사이리움을 흔들었다. 아냐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직 나를 향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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