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2

2차/데레마스 2016. 3. 3. 22:49

마피아AU - 2

 

 

2015-12-11

닛타냐

아나스타샤x닛타 미나미

 

 

 

 

 

 답답했다. 그냥, 문득.

​ 방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은 딱히 없었지만,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스스로 나가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이 날은, 평소보다 유난히 방 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창 너머로 하얗게 내리던 눈은 녹아가던 거리의 눈 위로 다시 쌓여갔고, 내리는 눈에 아이처럼 들떠있던 나는 아냐가 방으로 돌아오자 그 까만 옷 소매를 잡아당겨 눈을 반짝이며 창 밖을 보라고 끌고 갔다.
"아냐쨩, 밖에 눈이 와. 아.. 아냐쨩은 자주 나가니까 알려나?"
"… "
"그, 그래도 나는 여기 와서는 꽤 자주 자고, 나가지도 않아서 이렇게 내리는 눈을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랄까… "

 아냐는 창 밖의 눈을 보고 나를 빤히 봤고, 갑자기 무안해져서 그 시선을 피해 바닥을 보며 붙잡은 아냐의 옷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냐와 외출이 하고 싶었다. 아냐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 나갈까요, 미나미."
"에, 그래도 되는거야?"
"Да. 미나미, 아냐의 손님, 입니다. Извините, 불편하게 지내게 했습니다."
 "…… 불편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아냐는 나의 말을 마지막으로 생긋 웃어보이며 잠시 밖에 나갔다 온다고 하며 머리를 쓸어주었고, 나는 아냐의 침대에 걸터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드디어 나갈 수 있다는 마음에 잔뜩 설렘을 느꼈다. 아냐는 곧 다시 방으로 들어왔고, 검정 정장과 어울리는 새카만 두께감이 있는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조금 휑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냐의 목이 드러나있었지만, 내가 빤히 보자 아냐는 별로 춥지 않아서 더 두껍게 입지 않았다며 웃어넘겼다. 아냐는 팔에 걸치고 있던 하얗고 두툼한 털 코트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그게 날 위해 준비한 옷이라는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냐는 러시아에 와서 나의 옷을 제하고는 전부 검정 옷을 준비해서, 하얀색, 하면 무조건적으로 나의 옷이 되는 것이였다. 그에 담긴 의미는 꽤나 나중이 되어서나 알게 되었다.

 옷을 받고 한 겹씩 걸치는동안, 아냐는 전신거울 옆의 선반에 놓여진 것들을 코트의 양 쪽에 하나씩 넣었다. 코트 안은 당연스레 그런걸 걸 수 있는 장치라도 있는 것 같았다. 왼쪽에 넣은 것은 나이프였다. 손잡이는 새까만 색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것인지 이래저래 홈이 파여있었고, 칼날은 빛 바랜 무딘 은회색이였지만 분명 날카로울 것 같았다. 오른쪽에는 일전에 독방에서 본 은빛 총신의 그것이였다. 나중에나 들은 것이지만, 아냐는 그것들을 각각 잭 나이프와 콜트… 파이슨? 이라고 했던 것 같다. 사실 호기심에 물어본 것이라 이름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일본에서는 생각치도 못한 것을 이렇게 눈 앞에서 직접 봐도 아무 생각도 들게 되지 않는 나를 돌이켜보며, 비현실적인 것들에 익숙해지는 내 스스로가 조금은 우스웠다.

"Стася. Куда ты идешь?"
 스타샤, 어디 가십니까?
"… "
"вместе."
 같이 갑시다.
"Неповадно."
 싫어.
"Пожалуйста, опасности."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위험합니다.
"…… "

 아냐와 내가 방을 나서자 방 근처의 남성이 다가와 아냐를 저지했다. 둘은 무언가 대화를 하는 듯 했고, 아냐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냐는 이내 끄덕이더니 무언가 까딱이며 손짓을 했다. 

"아, 미나미. 시내가는 곳 까지는 차, 타고가도 괜찮습니까?"
"응, 괜찮아. 그 편이 오히려 나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줄곧 쌩한 표정인 아냐는 내가 손을 꼬옥 붙잡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나를 향해 밝게 웃어줬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표정을 내게만 보여준다는 사실에 나는 의문의 독점욕과 안도를 느꼈다.

"Следовать меня. украдкой."
 따라와. 몰래.
"Да."
 네.



 발을 내린 땅은 드디어 그 건물 밖의 땅이였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차 안에서의 아냐는 마치 러시아에 둘이 왔던 그 날과 같이 블라인드가 쳐진 차 창 너머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넓혀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창틀을 톡톡톡 건드렸고, 무언가 내가 무리시킨건가 싶어 나간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미안함이 차올랐다. 하지만 밖의 공기와 마주하자 그 기분이 사르르 녹아버렸고, 아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방긋 웃으며 나의 손을 잡아 밖으로 이끌어줬다.

"미나미, 아냐가 안내… 합니다. 같이 가요."
"응!"



 아냐와 나는 밝은 시간에 나가 어슴푸레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곳 저곳을 다녔다. 마치 일본에서의 시간들 같이, 이 가게 저 가게를 구경하며 아무곳이나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서로가 서로의 메뉴를 골라주었고, 딱 두 가지만 시킨 메뉴를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눈 내린 하얀 거리는 실내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깨끗하고 뽀득거렸으며, 사람들의 북적임이 마치 거리가 살아있음의 증거같아보였다.

 그리고 어느 한 가게의 유리창 앞에서 아냐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안을 빤히 들여다봤다.

"곰 인형… ?"

 가게의 창가 진열장에는 온갖 형태의 곰 인형이 있었다. 사람처럼 옷을 입은 곰, 그저 평범한 갈색 곰, 계절에 맞는 산타 복장의 곰. 그 중에 구석쯤에 자리한 하얀 곰이 눈에 들어왔다. 단추 눈, 검정 유리눈, 갈색 털실로 된 눈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푸른 유리구슬 눈을 가진 하얀 곰. 목에는 붉은 리본이 뒤를 향해 묶여 있었고, 그 털은 꽤나 보들보들해보였다. 

"아냐쨩, 저 곰. 마치 아냐쨩 같아!"
"아, Это. 아냐도 보고 있었습니다!"
"에, 잠깐 아냐쨩?"

 아냐는 내가 그 곰을 가리키자 나를 보며 환히 웃고는 가게로 쏙 들어가버리더니 이윽고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진열장에서 곰을 빼들어 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이 나왔고, 아냐는 서둘러 가게를 나왔다.

"미나미, подарок. 입니다."
"이 곰, 나에게 주는거야? 하지만 아냐쨩과 더 잘 어울리는걸."
"Да. 마치 아냐, 같습니다.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подарок."

 빙긋 웃으며 아냐는 하얀 곰을 자신의 입까지 들어올려보였다.

"Привет. меня зовут, Ася."

 곰 인형을 앞으로 한 그 인사는 마치 아냐와의 첫 만남과도 같은 말이였다. 붉은 노을이 저 멀리 잡히지 않게 넘어가고, 푸른 어두움이 서서히 깔리는 이 하늘에는 아냐의 뒷 편으로 하나 둘 하얀 별이 박혀 반짝이기 시작했고, 그걸 등진 아냐는 그 별들보다 더 빛나는 은빛의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곰 인형의 푸른 유리눈과 같은 맑은 눈을 하고는 호를 그려 웃으며 하얀 곰 인형의 까만 발바닥 모양 자수를 내게 향해 흔들었고, 이어 그 곰의 발로 나의 볼을 살살 간질이더니 내 품에 인형을 꼬옥 안겨주었다.

"하늘이 예뻐, 아냐쨩."
"Да, Красйвая. 미나미."

 에, 하고 놀라 아냐를 바라봤고, 아냐는 빙긋 웃으며 나를 응시했다. 나는 부끄러움에 아냐를 넘어 저 멀리를 봤고, 그곳에서는 낯선 한 남성이 이쪽을 향해 급하게 달려와ㅡ

"Ловлю вы."
 
"… 윽!?"
"아냐쨩?!"

 순식간에 아냐의 뒤에 서더니 그 왼손을 잡아채 높이 붙잡았다. 이어 한참 떨어진 거리에 있던 차 몇 대가 자리에 섰고, 익숙한 남성들이 우르르 내려 몇은 이쪽을 향해, 몇은 주변을 향해 달려나갔다. 


 아냐의 얼굴에는 조금 전의 웃음이라고는 온데간데 없는 차가움이 내리앉았고, 아냐를 습격한 괴한은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날이 선 것을 꺼내 아냐의 목 근처로 들이대려 올렸다.

"Весело."

 아냐는 표정의 미동조차 없이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코트 안에 넣어 외출 전에 넣은 그 잭 나이프를 꺼내 몸을 살짝 틀으며 그대로 호를 그려 괴한의 옆 목에 갖다대었다. 그 과정에서 괴한이 갖다대려던 나이프에 목이 쓸려 그였는데, 선을 그려 흐르는 피에도 아냐는 꿈쩍도 않고 오히려 칼등에 엄지손가락을 올려 힘을 주어 나이프의 날을 박았다. 

"… !?"

 아냐의 움직임에 괴한은 당황한 듯 했고, 피부로 들어선 칼날이 고통스러웠는지 당황하여 들고 있던 칼을 놓쳤다. 아냐는 그새 힘이 빠진 듯한 괴한에게서 손목을 틀어 빼고는 손을 바꿔 왼손으로 박힌 나이프를 아까와는 다르게 거꾸로 붙잡았고 힘을 주려는지 손가락을 살짝 폈다가 나이프의 손잡이를 꽉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손잡이의 끝을 덮어쥐었다. 괴한은 고통에 인상을 쓰면서도 아냐의 팔을 재차 붙잡았다.

"괜찮습니다. 미나미."

 아냐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나는 곰을 품에 꼭 안은 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아냐는 이어 쥔 나이프에 힘을 주어 재차 바닥을 향해 대각선을 그리며 허리를 숙였고 그 움직임에 괴한은 아냐보다도 더 깊게 베인게 분명했는지 붉은 혈을 쏟아내며 옆으로 흘러내려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나는 그의 눈과 마주한 채 시선을 떼지 못했고, 그는 끈질기게도 아냐의 검은 구두에 손을 올렸다. 아냐는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구더니 반대편에서 나머지 물건을 꺼내 쓰러진 남성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그게 마지막으로 본 광경의 전부였다.

 나는 그 장면에 이어 올 광경이 눈에 선하여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총격음에 어깨를 움츠렸다. 시선을 닫으니 그제서야 그 갑작스런 시간 속에서 주변은 시끄럽게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우르르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아냐를 불렀다. 갑작스레 찾아온 현실감에 나는 눈을 떠 아냐를 보려고 했고, 아냐는 살짝 뜨기 시작한 나의 눈을 황급히 가려버렸다.

"괜찮아요. 가서, 한 숨 자고 일어나세요."

 아냐는 곰 인형의 머리를 슥슥 쓸어주고는 내게서 떨어졌고, 나는 그 후로 눈을 뜨지 못했다. 아냐보다 더 큰 손들은 나를 조심히 들어 차로 옮겼고, 그 후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눈을 떠 주변을 보니, 나는 그 말대로 정말 한 숨 자고 일어난 것만 같았다. 

"역시 꿈이였을지도… 그 외출."

 어느새 나는 예의 그 방으로 와 있었고, 따스한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낱 꿈이였구나, 라며 어색한 안도감에 취해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아냐가 돌아올 시간이려나, 싶어 맞이할 생각에 허리를 세워 일어나보니 방 안은 붉게 신발이 끌려 얼룩진 자국이 있으며 푹 젖은 듯한 검정 코트, 뭔가 잔뜩 묻은 검정 구두, 검붉은 얼룩이 지워지지 않은 나이프와 은빛 콜트가 바닥에 제멋대로 뒹굴고 있었다. 

"…… "

 옆 자리에 있던 머리가 붉게 젖은 곰을 보며 꿈이였다고 생각했던 상황을 천천히 되짚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난로 근처의 안락의자로 걸음을 옮기자 그 의자에 피곤한 듯이 늘어져있는 아냐의 하얀 피부, 군데군데 굳은 붉은 딱지들. 그리고 대비되게 검정빛으로 꿰매진 목의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아냐… 쨩, 역시… "

 아냐의 지저분해진 은빛 머리칼을 살며시 쓸어내렸다.

"ㅡ꿈, 입니다. 미나미."

 눈을 뜨지 못한 채 나른하게 내뱉는 목소리에, 나는 현실을 비현실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Видеть кошмар… Я.
 악몽을 꾼 거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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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2차/데레마스 2016. 3. 3. 22:47
Memories 

 

 

2015-12-09

닛타냐

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트위터 함 님의 연성을 보고.

 

 

 

 

 아냐쨩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짐작이 갔다. 왜 그랬는지. 이젠 어떻게 해야 좋을까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지금은 정리가 된 후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였다. 아냐에게는 러브라이카로서의 일과 크로네로서의 일, 두 가지를 병행하기에는 체력도,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듀서와 짧게 이야기를 했다.

 프로듀서는 나의 독단에 알겠다고 해주었고, 분명 이것이 아냐와 나, 서로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걸 이해해준 것 같았다. 사무실의 한 켠에는 데뷔 유닛들의 의상이 걸려있었고, 그럼 그 의상은 이쪽에서 폐기하지요. 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내가 처분하겠다 하고 두 벌을 들고 와버렸다. 종이봉투에라도 담는게 좋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마음먹고 의상을 팔에 대충 두른채 의무실에 왔다. 왠지, 아냐에게도 이것을 주는게 유닛 멤버로서의 마지막 예의일 것 같았다. 추억이라는 걸로 남을테니까.




"… 아냐쨩."

 나의 결정이 독선적이다고 화내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아냐는 열로 상기된 얼굴로 의무실의 하얀 침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서 더 약한 모습을 보이며 다독이다가는 그 무엇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의 눈물에 나마저 간신히 잡은 마음이 설득당해버릴까봐, 오히려 한숨은 방금 의무실 밖 복도 에 두고 왔다. 아냐의 모습에 목 끝까지 울컥하고 무언가 차올랐지만, 차갑게 내리는 저 창가 너머의 빗속에 던져두기로 마음먹었다. 

"아냐쨩. 여기, 우리 의상이야."
"………… 미나미… "

 손등과 손목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젖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아냐의 얼굴을 차마 제대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 무릎 위에 의상을 대충 올려주고 서둘러 뒤를 돌았다.

"있잖아, 아냐쨩. 아까 말한 그대로야. 러브라이카ㅡ"
"꼭, 그래야합니까?"
"아냐쨩, 쓰러졌잖니. 봐, 무리야. 병행은."

 잦아들었던 훌쩍이는 소리가 등 뒤에서 조금씩 다시 새어나기 시작했다. 원망스레 자신의 가슴팍을 퍽퍽 치는 아이를 나는 차마 말릴 수 없었다. 당장 뒤를 돌면 나마저 무너질 것 같았다. 



 정리하겠다고 마음먹고 오던 길은, 사무실부터 복도 구석구석까지 아냐와의 기억이 붙어있었다. 따스하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냉랭하게 다투기도 한 연습실 앞 복도. 함께 싸온 먹음직스런 향이 잔뜩 넘쳐흐르는 도시락을 풀던 벤치. 어딜가나 함께 하던 아냐의 투명한 미소.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점점 러브라이카를 놓을 자신이 없어져만 갔다. 

 그리고 의무실로 가는 복도가 코 앞인 그 로비. 조금만 고개를 들어보면 프로젝트 크로네 멤버의 크롭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아름다운 성엔 그에 어울리는 공주님을. 거기에 걸린 아냐의 단독 사진은 나와 찍었던 사진보다 더욱 하얗게 빛나보였다. 그 모습을 자랑스레 보고 다시 발걸음을 뗐을 때, 나의 입가에서는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아직, 할 수 있습니다. 힘낼테니까… 이제 끝이라는 말, 하지 말아주세요… "
"…… 아냐쨩."
"부탁입니다, 미나미."

 눈물에 가려진 목소리는 기어이 절규처럼 내게 닿아왔고, 그 어린 부탁을 나는 차마 들어줄 수 없었다. 귀를 막으려고 노력했다. 의상을 대충 들고 있던 한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이렇게 끝나면, 모두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라는 마음이 크게 자리해서 무겁고 아팠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게 분명 옳은 일일거라는걸 알기에, 더욱 모질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더 빛날 수 있는 아이를 러브라이카가, 내가… 붙잡을 수는 없으니까. 

"괜찮을거야, 아냐쨩. 우리, 서로 더 힘내서 멋지게 빛나면 되니까."
"미나미… !"
"…… 그러니까, 이만ㅡ 가볼게. 다음엔 로비에서나 만나려나?"
"아, 안됩니다. 미나미, 가지말아요."
"안녕… 이네."
"………… До свидания."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이 나는 더 강하게 밀어붙였고, 아냐는 안녕이라는 말에 기어이 내게 인사를 해줬다. 그걸 듣자마자 더 이상은 한 표정을, 한 자세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의무실을 나와 그 복도를 지나, 로비의 그 사진 아래를 지나, 벤치를 지나고, 연습실 앞에 도달했다. 발걸음이 가는 곳마다 우리의 기억들이 피어있었고 이젠 녹아내려 없어져가는 걸 보았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연습실 앞 유리벽으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차차 깔리는 어둠에, 저 너머에서는 마치 별이 빛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보냈던 날들, 함께 지낸 밤을 전부 연결해 되뇔 수록 손에서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함이 커져갔다. 

"미안해, 아냐쨩… "

 안녕이네, 라는 나의 마지막 말. 그리고 아냐의 그 인사가 자꾸만 귓가에 울려서… 아니, 머릿 속에 남아서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 마지막은 너와 함께한 기억을 가지고 가고 싶어, 라는 미련한 생각이 가져온 이 의상에는 아냐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고 새어나오는 눈물을 애써 닦아냈다. 이게 러브라이카로서의 마지막, 아냐가 나와 함께 해준 마지막 의상이라는걸 느끼고 더욱 강하게 의상을 쥐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




 찌르는 가슴에, 뜨겁게 두근거림이 울려와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이제부터는 아냐도, 나도 외로운 길을 걸을 것이다. 내일의 우리는 빛을 향해 각자 날아가야 할 것이다. 아픔은, 오늘쯤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눈물을 훔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연습실을 뒤로하고 프로덕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ハローグッバイ 振り向かないように
내일의 우리는, 더욱 빛나자. 아냐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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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뱀인-1

2차/데레마스 2016. 3. 3. 22:46

늑대, 뱀파이어, 인간 AU - 1

 

 

2015-12-09

카에닛타냐

타카가키 카에데x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미-나미, 미나미!"
"아냐, 사람들이 쳐다보잖니."
"음ㅡ 그래도 좋습니다."
"… 정말… "

 짧게 웃어보이고 다시 앞을 봤다. 황금빛 눈을 본 어제가 꿈만 같아, 오히려 없었던 일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아침부터 살랑거리며 내 주위를 뱅뱅 도는 아냐를 보니, 마냥 꿈이 아니라는게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앞으로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눈 앞이 캄캄해지는걸 느꼈다. 확실한 강함에 의존하던 내가 감정에 휘둘려 도박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혹여라도 내가 배신했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아냐와의 다툼이 더욱 격렬해지면 이 아이는 얼마나 다칠까? 나는 이제 더는 필요없는 인간이 돼서 나를 없애려고 들면 어떻게 하지? 같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과연 내가 아냐를 선택한 건 옳은 일이였을까?  

 정신없어, 라며 붙잡은 아냐의 손. 따스함은 긴장된 마음을 살짝 녹여주는 듯 했으나, 프로덕션에 가까워질 수록 불안함이 더욱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아ㅡ 미나미, 도착입니다. 아냐, 이만 가보겠습니다."
"응, 고마워. 아냐쨩."
"이따 봐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붕붕 흔드는 아냐를 보고 가볍게 손을 마주 흔들어줬다. 기분 좋아보이는 아이의 앞에서 나의 불안을 보일 수는 없어 다른 손으로는 붙잡고 있는 가방끈을 더욱 세게 쥐었다.



「이번 제 촬영 대기실로 좀 와주시겠어요?」

 촬영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카에데씨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다. 잠시 눈을 감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으나 너무 단칼에 정리해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려워, 우선은 카에데씨와 아냐, 그리고 나 스스로를 위해 지금 상황을 조금만 더 연장시키기로 마음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밝은 정오의 향이 여기까지 나네, 미나미."
"아, 카나데씨."
"오늘은 그 아이, 없나보네."
"그 아이라니… ?"

 대기실로 향하는 길. 인기척을 느낄새도 없이 옆에서 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노란 빛 밝은 눈과 마주쳤다. 짙은 군청이 새카만 검정 속에서도 빛을 받아 반짝이며 색을 드러내는 매혹적인 단발의 카나데씨. 시원하면서도 달큰한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 전해져 놀랐지만 이내 생긋 웃어보였다. 그 아이, 라는건 역시 아냐의 이야기겠지.

"대기실로 가는 길이라던지?"
"응, 카에데씨가 불러서 가는 길. 카나데씨는?"
"같은 대기실로 가는길, 이라고 하면 되려나."

 카나데씨는 카에데씨를 언급하자 눈을 가늘게 뜨다 다시 싱긋 웃어보였다. 아무래도 크로네의 멤버들은 카에데씨를 피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들 앞에서는 딱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미나미, 눈 말이야."
"에, 내 눈… ?"
"응. 알고 있어? 네 왼쪽 눈. 금빛이 조금 일렁이는 것 같은데."
"… 에?"
"다행이네. 파트너, 제대로 찾은 모양이야."

 내 손목에 걸린 시계를 톡톡 건드리고는 그럼, 먼저 들어갈테니까 천천히 와. 라며 카나데씨는 휙 하고 사라졌다. 금빛이 일렁인다니, 또 늘상 있는 비유인걸까 싶어 잠깐 고민해봤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런 생각보다는 당장에 카에데씨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가 더 큰 고민이였다. 어떻게 해야하나를 고민하다가 기어이 대기실에 도착해버려서, 일단 부딪치고 보자 라는 마음에 문고리를 열고 들어갔다. 

"왔나요, 미나미쨩."
"네."

 카에데씨는 보란듯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그 옆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저 너머에서는 카나데씨와 후미카씨가 앉아, 내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시선을 거뒀다. 카에데씨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불편한 모양이라, 나도 우선은 더 신경쓰지 않기로 생각하고 카에데씨의 옆에 가 앉았다. 오늘도 카에데씨는 여전히 처져있었다.

"지치네요. 이거, 잘 낫지 않는답니다."
"… 그건… "
"네, 어딘가에 사는 하얀 강아지에게 물린 상처랍니다."

 카에데씨는 코웃음을 치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공급을 요구하는 손짓. 나는 익숙하게 시계를 풀었고, 손목의 단추를 풀어 카에데씨의 그 손 위에 살며시 손목을 올렸다. 

"……… 흐응?"

 카에데씨는 받은 손목을 입가에 가져가다가 멈칫하고는 빤히 손목을 바라봤다. 이어 내 눈을 잠시 보더니 다른 손을 가져와 나의 블라우스 목 부분의 단추를 네 개쯤 풀러내고 어깨를 드러내 빤히 보았다. 그제서야 나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없네요, 손목에는. 이상하지요? 어깨에는 남아있는데 말이에요."
"그, 그건.."
"혹시 어제 아냐쨩을 만났나요?"

 실수였다. 아냐가 핥은 후 손목의 상처가 아물어버렸다는걸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더라면 나는 분명 반대쪽 손목을 내밀었을 것이다. 아냐쨩을 만났냐는 말에 그냥 인사만 하고 왔다고 대답했을 평소와는 다르게 나는 눈에 띄게 당황함을 숨길 수 없었고, 카에데씨의 눈이 점점 가늘어지는걸 느껴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해버렸다.

"오늘은 제가 데려다드리고 싶었어요, 이만 가볼게요. 린쨩!"
"오우, 나도 이만 가본다구~ 시부린!"
"응, 둘 다 고마워."
"До свидания."

 황급히 돌린 시선은 마침 열려가는 대기실의 문으로 향했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에데씨도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린 듯 노려보는 따가움이 사라졌다. 대기실 문으로 아냐가 먼저 모습을 보였고, 그 뒤를 이어 린이 들어왔다. 아냐는 들어오자마자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 자리에 석상처럼 딱 굳어버렸다.

"흐응, 강아지가 둘."

"자, 우린 하던걸 마저 하지요. 미나미쨩"
"아, 읏!?"

 아냐가 각인된게 바로 어제의 일이고 나를 지켜준다 한게 바로 어제의 일인데도 나는 이렇게 이 자리에서 늘 있던 일과 마찬가지로 카에데씨에게 손목을 내밀고 있었고, 아냐도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듯이 멈춰서서 이쪽을 번갈아 봤다. 카에데씨는 그런 아냐와 린을 보고는 보란듯이 나의 손목에 입을 가져다댔고, 방심한 사이에 지체없이 꽂혀오는 시린 이물감에 눈을 질끈 감고 외마디 신음을 냈다.

"ㅡ!!"
"잠깐, 아냐!"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린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고, 눈을 뜬 시야에는 놀랍도록 빠르게, 직선으로 은빛 늑대가 카에데씨를 덮쳐왔다. 카에데씨는 물고 있던 나의 손목을 채 놓지 못해 그대로 아냐의 힘에 밀려 바닥으로 함께 떨어졌다.
 
 그에 의해 나는 카에데씨의 이가 박혔던 만큼 손목이 찢어져버려 타는 듯한 고통에 자리에 주저앉아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식은땀이 나며, 상처에서는 피가 붙잡은 손을 적시고도 바닥에 한 두방울씩 새어나와 떨어졌다. 이것이 전부 나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아련한 절규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어찌보면 저들이 나는 상처에 비해서는 아주 가벼운 상처일지도 모르는데도 나는 이정도에 정신을 잡기도 힘들 정도로 아픔을 느끼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 방 안은 전부 무서운 존재들이라는 두려움이 나를 싸고 돌았다. 

"ㅡ! … !!!"
"개, 이 개… ! 윽… "
"ㅡ!"

 조금 떨어진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아냐는 카에데씨를 압도하며 그녀를 위에서 짓누른채 어떻게든 물어뜯으려 입을 벌리고 고개를 들이받고를 반복했고, 카에데씨는 아냐가 밟지 못해 남은 한쪽 팔을 들어 아냐의 어깨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 손이 아냐의 어깨를 강하게 파고드는게 분명한지, 아냐의 하얀 털은 카에데씨가 잡은 부분을 기점으로 또 다시 짙은 붉은빛으로 물들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린과 미오는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정리해야할지를 고르는 듯이 우즈키를 감싸고 그 쪽을 보고 있었고, 카나데씨와 후미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개입할 틈을 보고 있었다. 다만 이 모두는 이렇게 일어난 상황이 카에데씨와 아냐라서 섣부르게 말리려들지 않는 것 같았다.

"… ! 커흑… ! 컥… "
"!… "

 손목을 꼭 붙잡고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니 카에데씨가 쉰 소리를 냈다. 아냐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광경은, 카에데씨가 붙잡은 어깨를 놓친 채 목이 물린 상태. 아냐에게 압도당한 그 자체였다. 

"아냐쨩, 그만해!!!!"

 불과 몇 분 전만해도 나의 손목을 잡고 있던 사람이 저기에 누워 큰 짐승에게 당한다,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고 나는 판단할 새도 없이 당황스러움에 소리를 질렀다.

"ㅡ……… ?"

 아냐의 이름을 외치자마자 아냐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카에데씨를 놓고 이쪽을 바라봤고, 나는 그 황금빛을 띄는 한 쪽 눈과 마주치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느꼈다. 아냐는 당황스러움과 이해할 수 없음을 잔뜩 눈에 채우곤 나를 응시했고, 나를 지키려 했던 아냐의 마음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푹 하고 가슴이 쑤시는 걸 느껴 미간을 구겼다. 

"… 커, 흐… …… 빈틈ㅡ"
"… !!!"

 아냐가 카에데씨를 놓고 이쪽을 보는 그 잠시의 틈에 카에데씨는 자신의 목을 붙잡고 한 쪽 다리를 자신의 배 쪽으로 당겼다가 그대로 강하게 아냐의 복부를 걷어찼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사람의 발길질로 보일 그것은, 그 큰 아냐의 덩치를 가볍게 날렸고 아냐는 그대로 나를 지나가 린과 미오, 그리고 우즈키가 있는 그 옆의 벽에 직격하여 큰 충격음을 내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 아냐쨩… ?"

"아냐, 안돼. 여긴 프로덕션 안이야. 아냐!"
"자, 자자잠깐 아냐. 진정, 진정!"
"ㅡ!!…… "

 나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는 했을까, 싶었다. 아냐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미오와 린은 황급히 아냐에게 이동해 일어나려는 아냐를 붙잡았다. 린은 가디건을 벗어 아냐의 눈을 가려주었고 일어나려는 그 상체를 붙잡았지만 역부족인지 들썩들썩거려 간신히 아냐를 누르고 있는듯 했다. 카에데씨를 노려보는 그 녹안의 한 쪽은 황금빛이 눈에 띄게 일렁거리며 차오르는게 보였다. 

"… 아, 아나스타샤씨, 안돼요… 여기, 프로덕션 안… 누구보다 규율, 잘 지키시던 분이…… "
"흥분할 만 하지 않으려나. 자신의 파트너가, 수혈 없이는 살 수 없는 정통파 흡혈귀분과 함께 있는것도 모자라 공급 장면까지 목격했으니까."

 린과 미오, 둘 만으로는 역부족이여보였는지 줄곧 보기만 하던 후미카씨가 빠르게 다가가 그들에게 합세했고, 카나데씨는 목을 붙잡고 컥컥거리며 바닥에 연신 피를 뱉어내는 카에데씨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그들을 도우러 갔다. 아냐는 그렇게 눈이 가려진 채, 사람이 아닌 넷의 힘으로 눌려졌는데도 들썩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았다.

"…… 나가지요, 미나미쨩."
"아, 하지만… 아냐쨩이."
"나가요."

 카에데씨는 옷 앞섶이 젖어가는 와중에도 서서히 아물어가는지 목을 붙잡지 않은 채 내게 와 주저앉은 나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 상황이 전혀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나는, 그저 아냐가 쓰러져 이쪽을 향해 분노를 표현한다는 것만이 가슴 깊이 들어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걸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답답하네요. 나가자면 나가는 거랍니다."
"… 읏… 잠깐…… !"

 카에데씨는 아직 채 지혈되지 않은 나의 손목에 입을 갖다대고 흘러나오는 것들을 한 입 머금고는 아냐쪽을 차갑게 흘겨봤다. 카에데씨는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내가 답답했는지, 입을 떼고 자신의 목을 한 번 쓸고는 나를 가볍게 들어 안고는 그들의 옆을 지났다. 

"어라~ 여기에도 각인자가 하나."
"… 에… ?"
"…… 건드리지마… "
"흐응~ 뭐. 관심 없지만요."

 카에데씨는 문을 나설쯤 그 옆에 서있던 우즈키를 보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우즈키와 눈이 마주쳤다. 우즈키는 당황한 듯이 나와 카에데씨를 번갈아 보았고, 그제서야 나는 카나데씨가 한 말이 이해가 갔다. 우즈키의 한 쪽 눈은, 린과 같이 황금빛이 차오르고 있었다. 카에데씨는 그런 우즈키를 보고 코웃음을 쳤고, 린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이어 들리자 눈길도 안 주고 나를 데리고 복도를 향해 유유히 이동했다.

미나미, 미나미!!!!!!!

 멀어지는 대기실, 열린 문 틈으로 더는 아냐가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또 다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카에데씨는 나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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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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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AU - 1

 

 

2015-12-08

닛타냐

아나스타샤x닛타 미나미

 

 

 

 

얼마나 된 것일까, 이 곳에 오게 된지. 아냐쨩의 방에 머무르면서 이상한 일을 꽤나 많이 겪은 것 같다. 아냐는 프로덕션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눈에 띄게 달랐다. 남을 걱정하는 일 조차 없었다. 최대한 낮은 온도의 표정, 최대한 아끼는 말.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한 후에는 한참이나 뒤에 들어왔고, 얼핏보면 같은 정장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바뀐거라는걸 알 수 있는 다른 옷차림을 하고 왔다.

 나중에서야 물어본 것이지만, 오늘의 일은- 요컨대 배신, 이라는 것 같다.
 하얗게 눈이 쌓인 검게 가라앉은 거리를 향한 창 앞에 선 아냐는 짧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보다도 더 길게 내쉬었다. 톡톡톡 하고 창틀을 두드리는 아냐의 손가락 끝을 보면서 나는 침대위에 앉아 얇은 치맛자락을 꼭 쥐고 아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새로 깨달은 사실 중 한 가지. 아냐의 저 수신호는 불안함이 아닌 불만스러움을 드러내는 사인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냐는 지금 불만스러우며 화가 나 있다.
"Сердиться "
"그, 저기 아냐쨩?"
"Да, Моя Минами."
"무슨 일 있니?"
"ㅡнет."
 호기심보다는 무거운 적막을 어떻게든 깨고싶어서 조심스레 운을 뗐고, 아냐는 이쪽을 보더니 짓궂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젠 아냐의 웃음마저 평범한 미소로 보이지 않아 아냐를 보는 내 인식이 얼마나 바뀐건지 스스로 통감했다. 그러면서도 이 억지스레 보이는 따스함마저 나만을 향한 것이라는걸 깨닫게 된 어느 날부터는 이런것도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Стася."
"Да."
"Теперь время."
"Да."
"Приходите медленно."
 똑똑, 하며 신사적인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아냐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냐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신경질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차분히 깔아내리며 미간을 구겼다. 정중한 남성의 태도에 비해 아냐는 예의가 없어보일 정도로 매정했다. 이쪽을 향해 고개를 숙인채 말하는 남성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시종일관 네, 네. 라고만 대답하고 남성의 마지막 말에 그쪽을 향해 두어번 손만 휘저었을 뿐이다. 남성은 그 손짓에 다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미나미, 아냐ㅡ 다녀와야 합니다. 이제 시간, 입니다."
"또 어디를 저기, 아냐쨩. 늦은 밤이잖니."
 다시 나간다고 말하며 내 앞을 지나 문고리를 향하는 아냐를 쫓아 다른쪽의 옷 소매를 당겼다. 하얀 와이셔츠는 빳빳하게 당겨졌고, 그 반동으로 어깨에 가볍게 걸치고 있던 검정 마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냐는 그 마이를 빤히 보더니 피식 웃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주친 그 눈동자에는 아주 잠깐, 냉랭한 위압감이 들어섰지만 둥글게 미소짓는 모습을 따라 그것도 빠르게 녹아내렸다.

"같이 가면 안될까, 아냐쨩?"
"비추천, 입니다."
"부탁이야. 아냐쨩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어."
" "

 별로 길지 않은 시간동안 아냐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내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라며 나를 바라보고는 바닥에 떨어진 마이를 주워 두어번 털고 나의 어깨에 걸쳐줬다. 방금 떨어졌을 뿐인 마이는 아냐의 체온을 단 한 점도 품고 있지 않아 차가운 그대로였다. 밖은 난로가 없어 춥습니다, 라는 말에 마이를 꼬옥 붙잡고 다른 손은 아냐의 하얀 손을 붙잡았다. 이 방을 나갈때는 꼭 이렇게 하는게 좋을거라고 아냐가 신신당부 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바깥은 추웠고 기본적인걸 전부 해결할 수 있는 이 방에서 굳이 나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밖은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에, 말조차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꽤나 낯설어 더욱 외출을 삼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일본에서는 오히려 이 반대의 느낌이 아니였을까, 싶다. 물론 내 상황만큼 아냐가 소통에 문제를 가진건 아니겠지만. 스케쥴이 없는 날에는 차분히 방 안에서 생활하거나, 밤 하늘을 홀로 올려다보는 아냐의 그 하얀 손을 나는 꼭 잡아주었고, 어딜 가든 함께라며 웃어주었다. 그러면 아냐는 어디든, 함께. 라고 따라하며 밝게 웃어주었고 우리는 차가운 겨울도 따스하게 보냈ㅡ


"Здравствуйте."
"Да. привет."

 지난 일을 떠올리며 정신없이 걸었더니, 어느새 나는 한 방 안에 와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의 한 목소리가 된 인사에, 아냐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방 안의 정중앙에는 낡은 나무의자가 있었고, 한 사람이 물에 홀딱 젖은냥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엔 정중앙의 의자를 기점으로 불규칙하게 원형을 띄는 검정빛 자국이 있었다. 군데군데 손바닥 모양이나 발바닥의 쓸린 모양의 자국, 또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끌린 자국도 잔뜩 있었다. 내가 그것들이 이곳에서 고문, 혹은 살해당한 사람들의 마지막 잔해라는걸 깨닫게 되는건 아주 잠시 후의 일이다.

"Снимать."

 아냐의 말에 의자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려 벽에 붙어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겉의 검정 마이를 벗었고 의자에 앉혀진 사람은 고개를 들어 사람들의 행동을 당황스레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던져진 사람들의 검정마이를 보고 조소를 내비쳤다. 

"Стася, Вот. Ваш ружье."
"Спасибо."

 아냐의 가장 근방의 남성은 잘 닦아둔 듯한 은빛 총과 한 발의 총알을 건넸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볼 법한 그런 총이였다. 아냐는 익숙하게 그것을 받아들어 총신의 옆을 밀어냈다. 찰칵소리와 함께 그 부분이 튀어나왔으며, 아냐는 단 한 발의 총알을 아무 칸에나 밀어넣고 다시 그 부분을 닫았다. 

"저, 아냐쨩 혹시ㅡ"
"괜찮습니다. 아, 이건 잠시."

 아냐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이고는 내 어깨에 걸쳐진 자신의 마이를 걷어갔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단 세 걸음만에 중앙의 남성에게 다가갔고, 한 손으로 총을 받쳐 총의 윗 부분을 당기고 방아쇠를 당기고를 두어번 반복했다. 하나를 제하고는 빈 공간이였기에 그 시간동안 아냐의 앞의 남성은 눈에 띄게 긴장을 내비쳤고, 아냐는 찰칵- 하는 소리를 듣고 만족스레 끄덕거렸다. 

"Сказать?"
"Стася."
"До свидания. предатель."






 아냐는 마이를 버린채 나를 이끌고 차가운 복도를 지나 방으로 돌아왔고, 넋이 나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나를 따스한 물을 받은 욕실에 밀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고, 아냐는 기어이 다시 들어와 천천히 나의 옷을 벗기고 욕조 속으로 나를 밀어주었다. 생각을 정리하고자 조금 전 일의 끄트머리를 살짝 끄집어내면, 새카만 바닥에 의자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시커먼 붉은 액체에, 아냐의 검정 마이가 더욱 지저분한 검정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에, 그 위에 은빛 총 한 자루를 올리고 뒤돌아 손을 탁탁 털고 내게 싱긋 웃는 차가운 푸른 눈에ㅡ 

"아, 아ㅡ "
"ㅡ미나미."
" 아, 아냐 아냐쨩. 아냐ㅡ"
"Ничего, 미나미. 이제 끝, 입니다."

 욕조 안의 따스한 물마저 어쩌면 이것이 그 사람의 체온이였을지도 모른다는 기가 막히는 궤변적 생각이 차올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아냐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안아주고는 뒷머리를 연이어 쓸어주었다. 괜찮다는 말에, 이게 어떻게 괜찮냐라는 생각이 들다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쯤 생각이 툭, 하고 끊겨버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정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아냐의 어깨를 붙잡아 밀어 살짝 거리를 둔 채 마주한 그 눈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욕실의 뜨거운 공기로 뿌옇게 된 시야에는 온전히 아냐만이 들어왔고, 나는 아냐를 책망하기도 전에 이 낯선 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이 아이밖에 없다는걸 깨달았다. 도덕적임을 따지기도 전에 나는 피식 코웃음을 치며 이 악몽같은 현실을 잊기로 마음먹었다.

 젖은 몸으로 아냐를 다시 안았고, 아냐는 나를 안아 토닥이며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일상이 될 겁니다. 미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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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크

2차/데레마스 2016. 3. 3. 22:43

키스마크

 

 

2015-12-07

카에닛타냐

타카가키 카에데x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리퀘스트 키워드, 키스마크

for @hoyamaru1261

 

 

 

 

 

요즘들어 미나미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다들 스케쥴에 간 걸 알아서인지 편하게 사무실 소파에 몸을 맡기고 늘어져있는 미나미의 위로 저의 몸을 올렸습니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내린 시선에는 억지스레 첫 단추까지 제대로 잠근 미나미의 하얀 블라우스가 보여 그 카라를 살짝 물어당겼습니다. 벗겨도 됩니까, 라는 무언의 신호. 우리 둘 사이에서는 그런 신호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ㅡ"
"… 아… ! 안돼, 아냐쨩."
"?"
"안돼, 이제 그만… "

 미나미는 평소와 같이 제 목에 양 팔을 감아 안는 듯 하더니 제가 그 첫 단추를 풀려고 손을 올리자마자 퍼뜩 말짱해진 목소리로 아냐를 말렸습니다.

"…… 미안해. 오늘은 안될 것 같아. 아마 내일도."
"미나미… ?"
"… 미안."

 미나미는 다급하게 일어나 첫 단추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목 근처를 두 어번 문지르고는 고개를 까딱 숙였다가 들고 사무실을 나갔습니다. 

"…… 오늘도, 입니까."

 사실 알고 있습니다.
 미나미, 곧은 성격이지만 블라우스 단추, 끝까지 잠그는 사람은 아닙니다. 요전번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더운데도 손목 단추를 풀어 걷어올리지 않은 날. 연습하다 큰 동작에 옷이 허리춤까지 올라갈 때 황급히 옷을 붙잡던 날. 라크로스 경기를 하러 가야하는데도 머뭇거리며 머리를 묶지 못하던 날. 아냐가 건드려서 더 경계하게 하는 것만 아니라면 누구나 눈치챘을지도 모를 정도로 잘 보였습니다. 애써 감추려고 하는 그 부분들의 빨갛기도 하고 약간 보랏빛을 띌 때도 있는 꽃잎같은 자국들.



"아나스타샤씨, 이제 이동하셔야합니다."
"…… 아, Да."
"무슨 일 있었습니까?"
"Нет. ничего."

 프로듀서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털었습니다. 아무리 러브라이카로서의 활동이 적어졌다지만, 이건 완전히 접어버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휴대폰에 메모해둔 일정을 다시 체크해봤습니다.

"없습니다. 이번 주, 다음 주… 저번 주도… "
"ㅡ…… 들으셨습니까, 아나스타샤씨?"
"… 미나미, 함께 하는 일… 하나도 없습니다."
"… 아나스타샤씨?"
"아, Извините.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이끄는 프로듀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미나미가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날이 있으면, 그 전 주나 그 다음 주. 그리고 그 주에는 미나미와 겹치는 스케쥴이 단 하나도 없게 됩니다. 심지어 아냐의 일이 훨씬 많아져서 미나미에게 연락을 할 틈도 줄어듭니다.

"미나미… "

 아마 오늘도 그 숨긴 옷자락 속에는 같은 자국들이 남아있을 겁니다. 누군가 미나미의 살결을 탐한 욕망의 표시가. 혹여라도 여린 살결이 상하기라도 할까 함부로 입을 대보지도 못한 그 피부를 누군가는 열심히 훑고 다녔을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어딘가 울컥하여 들고 있던 악보를 구겨버렸습니다.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 카에데."
"어라~ 아냐쨩이네요. 무슨 일인가요?"
"Немного... 조금, 할 이야기가."
"어차피 우리, 곧 녹음실에서 만나니까요. 거기서 보지요."

"… 앗ㅡ… "

"……… ?"
"자, 그럼 바빠서 좀 끊을게요."
"… ? Да."

 뭔가 들은 듯 했지만, 카에데는 조급함도 보이지 않은 채 느긋하게 전화를 끊어버렸고, 백미러로 이쪽을 주시하는 프로듀서가 신경쓰여 쥐고 있던 구겨진 악보를 천천히 폈습니다. 그래도 일은 일, 입니다. 지장이 가게 할 수는 없어서 조금 전에 들은 건 재빨리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그러니까, 요는.

"아나스타샤씨, 스탠바이 해주십시오."
"… 아. Да."

 어느새 다음 스케쥴을 하러 왔습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버립니다. 분명히, 아까 들은 목소리는ㅡ 아,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미나미의 일이 신경쓰입니다. 하지만 섣부르게 물어봤다가는 미나미가 더욱 숨길 것 같아 차마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미나미를 따라다니고 싶어도 항상 시간이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미나미는 요즘들어 아냐의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쉿, 조용히 했어야지요. 전화는 여전히 끄지 않고 있는건가요?"
"…… 읏, 윽… "
"후훗, 혹시 아냐쨩에게 몇 번이나 전화가 오는지 센다던지."
"… 흐… "

 하나, 둘. 깊게 빨아들일 수록 붉음을 넘어 짙게 보랏빛이 된답니다. 점점 핏기를 잃고 말라가는 당신의 입술을 보면 다른 곳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싶어지지요. 다음번에 당신이 아냐의 앞에서 가리게 될 부분은 어디가 될까요, 미나미쨩.

들키고 싶지 않겠지요. 당신은 붉은 빛이 아닌 하얀 빛이라고 주장하고 싶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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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2차/데레마스 2016. 3. 3. 22:42

이기

 

 

2015-12-06

닛타냐

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진단메이커 대사 포함연성

 

 

 

 

 

나는, 네 손을 잡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카에데씨의 무대는 항상 신비함이 감돌았다. 많은 팬 분들과의 소통을 하는 무대임에도, 그 무대를 보는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인 나인데도- 카에데씨는 팬 모두가 아닌 나와 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노래를 하는 듯 했다. 어느 날은 시원한 바람이, 어느 날은 따뜻한 바람이, 어느 날은 건조한 바람이 불어와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갔다. 

"오늘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카에데씨."
"아~ 미나미쨩이군요. 오늘도 보러와줘서 고마워요."
"저도 카에데씨의 팬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팬이지만 팬라이트는 안 들고 다니는군요? 후훗."
"…… 여기, 물이요."

 무대가 끝날 때쯤 되면 대기실에 가 편의점에서 몇 번이고 바꿔 차가움이 그대로인 물 한 병에 손수건을 감싸 전달했다. 카에데씨는 싱긋 웃으며 감사를 표하고 그 물을 받아 뚜껑을 돌리고 천천히 입으로 물을 흘려넣었다. 살포시 눈을 감고 그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부끄러움에 이만ㅡ 이라며 자리를 떴다. 

"미나미, 가방."
"… 아, 고마워. 아냐쨩."
"Пожалуйста."
"그럼 나, 이제 스케쥴 갈테니까."
"Да. Желаю удачи. … 힘, 내세요."

 카에데씨의 무대를 구경하러 가는 날이면, 아냐는 내게 이것저것 더 신경써주었다. 스케쥴 직전이라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대기실 근처에서 무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스케쥴이 없을 경우 무대를 지키느라 수고했다며 나를 업어다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했다. 이따금은 자신의 기숙사에 데려가 따스한 물에 발 마사지를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카에데씨가 말이야ㅡ"
"Да."

 한 밤중에 통화도 종종 했다. 아냐는 내가 잠들기 직전까지 시종일관 잔잔한 목소리로 네, 아니오. 좋겠습니다. 정도의 간략하게 머리에 들어올 대답만 구사하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 아, 미안. 아냐쨩. 카에데씨에게서 메일이 와서."
"Ничего. Спокойной ночи."
"응, 잘 자 아냐쨩."

 이따금 아냐와의 통화 중에 카에데씨에게서 메일이 오면 아냐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순순히 전화를 끊어줬다. 

「갑자기 끊어서 미안해 아냐쨩. 그래도, 이해해줘서 고마워. 상냥하네, 아냐쨩은. 그래서 정말 좋아하고 있어.」
「Спасибо.」




 카에데씨가 갑작스레 잡은 식사약속에 불려간 적이 있다. 나에게 그라비아 촬영을 추천한다는 촬영 감독님이 함께 있던 식사자리였고, 카에데씨는 모델 경력에도 꽤 좋은 일이 될거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부끄러웠던 지난 촬영들은 머릿 속에서 하얗게 씻은 듯이 사라졌다. 식사를 마친 나는 어느새 카에데씨가 인정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아냐의 기숙사에 도착했다.

"아냐, 나 그라비아 촬영을 더 하게 됐어!"
"…… 그라비아… 어째서, 입니까?"
"카에데씨가 그게 좋을 것 같다고 했거든."
"… 카에데, 가."
"응, 생각해보면 모델경력에도 좋을 것 같고."
"… 그렇습니까."

 아냐는 잠시 고개를 떨궈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지만, 잠깐 고개를 들은 차에 나의 눈과 마주치자 가까스로 표정을 폈는지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카에데가 그렇게 말했다면 괜찮을겁니다. 라는 이야기와 함께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격려해줬다. 그런 아냐의 순수함에 웃으며 그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쓸어준 뒤 자연스레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일어난 아침의 기숙사 비어있는 방에는, 따뜻한 공기와 함께 사온 듯한 도시락이 데스크 위에 있었다.




"저, 카에데씨. 괜찮으면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아~ 좋지요, 미나미쨩."

 그렇게 점심시간을 카에데씨와 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온 사무실에는 아냐가 홀로 앉아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깜빡해버려서 미안한 마음에 그 옆에 가 앉았더니, 아냐는 이쪽을 보고 생긋 웃으며 식사를 맛있게 했는지부터 물어봤다.

"맛있었어. 사실 챙겨간 건 별로 맛있는건 아니였지만, 카에데씨와 같이 하는 자리여서 맛있었던 것 같아."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만, 그만… 그만.

 그 동안 내가 아냐에게 해왔던 일들이 하나하나 머릿 속에서 떠올라 가시질 않는다. 말 끝마다 카에데씨, 말 처음마다 카에데씨. 착하게 웃으며 나를 응원하던 아냐에게 나는 무작정 스크래치를 주고서도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나를 기다려주고, 떠밀어주는 그 손을 단 한 번도 먼저 잡아주지 않았다. 카에데씨의 뒤를 좇는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와주며 내가 지칠 때는 함께 앉아 나를 혼자 두지 않았고, 내가 다시 일어서면 조용히 나를 뒤따라와주는 아이의 묵묵함에 나는 익숙함이라는 당연성을 붙여 감사조차 잔인하게 내뱉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아냐가 내미는 그 손을 잡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든 안전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았던 나의 지나친 이기심은 기어이 그 마음을 뭉개버렸다.

 평소처럼 눈을 뜬 아냐의 방 기숙사는 지난 밤과 다르게 물건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으며, 의아함에 서두른 발걸음이 도착한 사무실에는 먼저 도착했으리라 생각한 아냐의 모습이 없었고, 조급하게 부른 프로듀서는 내게 이적, 이라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수 번을 다시 걸어봐도 전화번호를 바꿔버렸는지 그 번호는 다른 사람이 받았고, 주고 받은 메일함을 천천히 읽어내려도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나는, 오래 전부터 카에데씨의 이야기를 언급했고 순종적으로 대답해주는 아냐의 답 메일에 그런 너를 좋아해. 라는 잔인하고도 무신경한 답을 붙여보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냐를 본 날의 밤. 나는 늘 그래왔듯이 내가 누운 침대 곁에 와 앉은 아냐의 손을 살짝 덮어잡으며 그 날 있었던 일들과 카에데씨와 한 이야기들을 읊었고, 가만히 듣던 아냐는 방 천장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띄며 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정말 좋아해. 아냐쨩. 

 아이를 붙잡아두는 듯한 마법의 주문같은 나의 말에, 아냐는 평소와 다른 대답을 꺼냈다.

 사랑, 쉽게 말해서는 안됩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아나스타샤의 마지막 목소리이자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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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뱀파이어, 인간AU - 인트로

 

 

2015-12-02

카에닛타냐

타카가키 카에데x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하아, 이래서 교육되지 않은 개들은 안되는거랍니다."
 
 카에데씨는 손을 탁탁 털며 바로 옆에 와 앉았다. 확연히 피곤해보이는 낯빛을 가만히 보니, 이쪽을 보고 피식 웃으며 반대쪽 손으로 흐트러진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고 소파에 몸을 묻어버리셨다. 머리는 꽤 흩날렸던 것인지 흐트러져있었고, 털어내던 손에는 타들어가듯이 아물어가는 상처가 있었다. 누가 봐도 짐승에게 물어뜯긴듯한 지저분한 흔적에 놀라 프로듀서의 데스크에 있을 구급상자가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요, 미나미쨩. 구급상자 찾으려는거지요? 필요없어요."

 
 알잖아요? 라고 웃으며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는 카에데씨를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어 도로 자리에 앉았다. 다시금 그 손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카에데씨는 찢겨진 앞섶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녹색 옷의 앞섶은 가슴팍을 어설프게 가렸고, 얼핏보이는 그 쪽은 비록 상처는 없었으나 근처의 옷빛이 진한 늪빛으로 젖은걸 보고 다친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 상태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나는 곧 익숙하게 블라우스의 손목 단추를 풀고 선물받은 은빛의 반짝이는 별 장식이 붙은 시계도 풀어 탁자에 올려두었다. 카에데씨는 매번 그 시계가 눈에 띄는게 싫었는지 탁자에 올려두면 손사래를 치며 다른 곳으로 치우라고 했지만 오늘은 왠지 시야안에 그것이 있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투명한 탁자 아래로 뒷굽이 지저분하게 물들은 카에데씨의 하얀 하이힐이 눈에 들어왔다.

 

"지쳤어요. 부탁할게요, 미나미쨩."
"네. 아, 혹시 아냐쨩은… "
"적당히 했으니까요. 덕분에 이 꼴이지만. 약속은 지킨답니다."
"… 감사합니다."
"네~"

 

 아냐쨩의 이야기에 코웃음을 치더니 카에데씨는 내밀은 나의 손목을 휙 붙잡아 자신의 쪽으로 나를 당겼다.

 
"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니까요, 당신."
 
 뭐라 받아치기도 전에 카에데씨는 익숙하게 나의 손목 옆, 항상 있는 그 반흔에 입을 가져다댔다. 이어 가벼운 따끔함이 안착하고는 깊이 찔러들어가 힘줄이 건드려지는 이물감을 느꼈고, 뜨거운 혈액이 밖으로 끄집어지는 기분에 얼굴을 구겼다.
 
 온 몸의 곳곳에 나있는 그 자그마한 원형 두 개의 반흔. 한낱 인간인 내가 이 초자연적인 현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비굴한 선택의 결과물. 연정을 버리고 아이를 놓고 붙잡은 목숨의 댓가. 가장 강한 흡혈귀의 주요 공급원으로 자리하며 다른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받는 교환방식. 

"…… 귀가하기 전에 그 날카로운 손톱부터 갈고 가세요. 손도 씻으시구요."
"네~ 생각해보지요."

 
 오늘따라 유난히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했다. 카에데씨는 요 며칠간 자주 나를 불러 공급을 요구했는데, 생각해보면 벌써 그런 날이였던 것이다. 늦은 시간,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미묘한 불안감에 휴대폰 연락처 단축키 2번에 손가락을 올린 채 나왔다. 차가운 밤 공기에, 누가 맡아도 확연한 비릿한 냄새가 나돌았다. 달이 떠있지만 형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뿌옇게 안개낀 하늘은 바로 코 앞의 거리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답답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따로. 내일 봐요.」
 
 공급 중이라 확인할 정신이 없었던 휴대폰에는 그런 메일이 와있었다. 양 세력의 대립이 강한 날이니까 보나마나 뻔한 상황이지만, 걱정되는게 당연해서 전화를 걸어도 전부 착신음만 가다가 끊길 뿐이였다. 따로, 라는 말이 의미하는건 기숙사에 오지 말아달라는 이야기겠지. 

"안 갈리가 없잖니, 아냐쨩."

 한숨을 내쉬었다. 아냐가 카에데씨와 싸운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적어도 얼마나 다쳤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싶어졌다. 카에데씨에게 대들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아냐는 내게 반흔이 생긴 날부터 전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어, 미나밍!"
"… 아, 미오쨩."
"오-우! 좋은 밤이라구!"
"그렇네."

 인기척을 느낄새도 없이 옆에는 훅하는 바람과 함께 미오가 서있었다. 엄호하듯이 주위를 빙빙돌면서 나를 쫓아오는데 씨익 웃는 모습이 꽤나 즐거운 장난을 친 아이같았다. 적어도 콧잔등의 피를 손등으로 스윽 닦아내는 장면만 아니였더라면 평범한 장난꾸러기로 보였을 것이다.

"아아, 오늘도 큰일이였다구~ 아-냐가 카에언니한테ㅡ"
"…역시, 그랬구나."
"역시가 되는거냐구. 미나밍도 너무 무르네!"
"무른걸까나… "
"응, 그렇지. 확실하게 정해. 이제 슬슬 지칠거라구, 아냐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오는 다시 저 안개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아냐도, 지치기야 하겠지만. 물론 이해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목숨과 직결된 문제이기도해서 함부로 결정을 무를 수도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마저 무너트리고 안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으니까. 그나마 아냐를 위한 일이라면 카에데씨에게 매번 아냐를 너무 막 대하진 말아달라고 부탁하는게 전부였다.


 얼마나 다쳤는지는 알아야하니까, 라는 마음으로 겨우 찾아온 기숙사. 아냐의 방까지 가는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몇 군데는 나가기까지 한 복도는 바닥에 거칠게 뱉어낸 듯한 핏자국이 군데군데 번져있어서 더욱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끌어냈다.

"쉿, 아냐."
"ㅡ"
"진정해. 벌어지잖아, 상처."
"ㅡ… ㅡ!… "
"대체 얼마나 흥분한거야. 진정해, 이러다가는 내일 일도 못 나가."
"… ㅡ…… "
"윽, 비린내… "

 걱정되는 마음을 밀어넣고 간신히 도착한 아냐의 방 문고리는 당연스레 잠겨있지 않았고, 살며시 돌려밀자 안쪽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창문, 열테니까?"
"ㅡ"

 갑작스레 창문을 열어버려서 밀려들어온 바람이 방문을 밀어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아버렸다. 제대로 들켜버렸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미 냄새라던지, 들킨게 아닐까싶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차피 알고 있었는데 그냥 들어오지 그랬어, 미나미."
"린쨩, 그… "
"응. 이쪽이 아냐. 이런 모습은 처음이겠네."

 새카만 방 안에는 차가운 밤 공기와 흥건한 피 냄새, 그리고 부분적으로 붉게 얼룩지고 거리의 검정빛이 엉킨 밝은 은빛의 늑대가 있었다. 린은 그 늑대를 가리키며 아냐, 라고했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기에는 처음이였으며 생각보다 큰 덩치에 주춤했다. 

"아직 진정하지 못해서 이 모습이야."
"진정?"
"응. 순전한 본능, 그 자체라고 하면 될까."
"…… 아냐쨩…"

 린은 아냐의 머리를 하얀 이불로 꾸욱 눌러 눈을 가리고 있었다. 처음 본 큰 은빛늑대. 아무리 프로덕션의 동료가 하는 말이라지만 이쪽을 가리키며 아냐라고 해도 전혀 실감이 되지 않았다. 조심스레 그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어 앉은 뒤 그 늑대의 복부에 가만히 손을 올려놨다.

"ㅡ…!"
"쉿. 미나미야. 널 보러왔어, 아냐."
"!…!!!"
"앗, 잠깐ㅡ"

 린이 내 이름을 말하자, 늑대는 크게 움찔하더니 고개를 젓고 앞발을 내딛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렇게 드러난 늑대의 눈은, 분명 내가 지켜보던 그 푸른 눈이였다. 늑대, 아니. 아냐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은 일렁이고 있었다. 아냐의 주둥이 왼쪽부터 목덜미까지는 길게 베인 상처라도 있는건지 은빛 털에 흉하게 붉은 피가 덕지덕지 붙어 굳어있었다.  복부에는 털이 길어 어설프게 붙어있는 거즈와 종이반창고가 아냐가 숨을 쉴 때마다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숨길 수도 없을 정도로 다쳤구나. 아냐쨩."
"ㅡ"
"괜찮아. 아침이 되면 아무일도 없던게 될거야."
"… "

"저기, 잠깐. 미나미."
"응?"

 린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초록빛에 어둠을 짙게 깔아놓고 나를 담은 그 눈은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아냐도 굉장히 노력중이야. 미나미를 지키려고."
"그렇구나."
"그렇구나가 아니야. 이제 그만 아냐에게 돌아와줘, 미나미."
"돌이킬 수 없어. 난, 이렇게 살아야하는걸. 하지만 고려는 해볼게, 린쨩."

 아냐의 숨소리는 불규칙하게 빨랐고, 그런 아냐의 정수리부터 귀 옆까지를 반복적으로 쓰다듬어주었다. 

"아냐, 각인되지 않았으면서도 나나 미오보다 강해."
"…… 그렇니."
"믿어줘. 아냐를."
"…… 그래."

 우즈키가 기다리니까 이만, 이라는 말과 함께 린은 열린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린의 무게보다 더 나갈 듯한 착지소리가 들렸고, 이내 조용해졌다. 

"아냐쨩."
"ㅡ"

 눈을 뜨고 있기조차 어려운 것인지 느릿하게 꿈뻑이는 아냐의 양 볼을 따스하게 감싸쥐었다. 부드러운 털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혔고, 주둥이의 살짝 옆으로 얼굴을 맞대고 눈을 감았다. 가파르게 쉬던 숨이 천천히 내려앉아가는걸 느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냐쨩, 나. 무서웠어. 으응, 지금도 무서워. 다들 너무 무서워.
 카에데씨도, 린쨩도, 미오쨩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만 이런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서워. 
 카에데씨에게 아냐쨩이 위협받는 것도 싫었어.
 그리고 내가 이 현상들에서 노려지는게 너무 두려웠어.
 미안해, 속상했지? 하지만 돌이킬 수 없어. 나, 살고 싶어."

 어쩌면 처음일지도 몰랐다. 속내를 털어놓는 것, 언제나 아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아이의 고집을 알기에 차마 말하지 못했다. 게다가 스스로의 나약함이 너무나도 처참해서 더욱 그랬다.

"…… 살고 싶어… 아냐쨩."

 아냐의 볼을 붙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아이의 앞에서는 강하게 있고 싶었던 마음이 점점 무너져가는걸 느끼자 야속하게도 눌러담은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냐를 적시는게 미안해 몸을 떼고 손목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으읏… "

 아직 아물지 않은 손목의 상처가 있다는걸 이제서야 떠올렸다. 찌르는 아픔에 눈을 떠 손목을 보았다.

"ㅡ"
"…… 아, 아냐쨩?"

 진정된 것인지 아냐쨩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나의 손목을 보더니 살짝. 그리고 한 번 더 핥았다. 조금 따끔하더니, 상처부위가 따끈해지며 줄어들어갔다. 내게 생긴 현상이 놀라워서 고개를 들어 본 아냐쨩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밝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Буду защищать.
지켜줄게요.

 그 눈과 마주치자, 그동안 애써 재쳐왔던 연심이 두려움을 밀어버리고 목 끝까지 차고 올랐다. 그 황금빛 눈에는 나의 모습이 흔들림도 일렁임도 없이 온전히 담겨있었다.

"좋아해, 아냐쨩."

 이 마음이 드디어 두려움보다 커졌는지, 참아왔던 말이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나를 마주하던 아냐쨩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냐, 쨩… ?"
"Да. 미나미."

 네 발로 누워있던 아냐는 자연스레 두 발로 일어섰고,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들어 가슴팍까지 올려 몸을 가렸다. 올려다 본 아냐의 뒤로는 선명하게 달빛이 찾아들어왔고, 아냐는 은빛 머리칼에 붙은 핏덩이들을 툭툭 털어냈다. 황금빛 눈을 지긋이 감고 남은 손으로 입 바로 옆부터 목까지 흉하게 난 상처를 쓸어내렸다. 그 손이 지나간 자리의 상처는 어느새 진한 흉터만 남은 채 사라졌다. 

"Ничего."

 걱정스러운 내 눈빛을 읽은 것인지 아냐는 씨익 웃어보이고 복부의 건성으로 붙은 거즈를 잡아뗐다. 아물어가는 그 상처는 단박에 하이힐에 찍혀 난 상처라는걸 알 수 있었다. 

"이거, 카에데씨가…… "
"괜찮, 습니다."
"괜찮다고 하지 말아줘, 아냐쨩."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스레 웃는 아냐를 마주했다. 그 상처위에 손을 가볍게 얹고 아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젠 카에데씨에게 아냐를 봐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할까.

"미나미."
"응, 아냐쨩."
"지키게 해주세요. 제가, 당신을."
"……… 아냐쨩, 더 많이 다칠거야."
"압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아냐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 두근거림, 귀가 아닌 머리로 바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 

"Я вас люблю."

 행복감에 젖어있으면서도 아주 밀려나지는 않은 두려움이 잠깐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 다시 선택해야할 시간이 와버렸다. 좋아하는 이 마음을 가진채 불확실한 강함에 의지해야하는걸까, 그게 아니면 조금 전처럼 마음을 억누른 채 확실한 강함에 나를 맡겨야 하는걸까.

어느쪽이든,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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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인트로

2차/데레마스 2016. 3. 3. 22:38

마피아AU - 인트로

 

 

2015-11-30

닛타냐

아나스타샤x닛타 미나미

 

 

 

 

이상한 일이였다.

"가는거니, 아냐쨩?"
"Да. папа, 보러."
"… 보고싶을거야."
"Я тоже."

간다는 아냐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진하게 남아서 도저히 보낼 수 없었다. 뒤돌아선 아이의 옷 끝을 강하게 붙잡고 고개를 푹하니 숙여버렸다. 금방 다시 돌아온다고 해줘, 라는 말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아서 오히려 더욱 잡게 되는 것이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릴게 뻔해서, 도저히 그 눈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아냐의 옷을 꼭 잡아당기는 스스로의 손을 원망스레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내줘야 하는데, 이기적이게도.

"미나미, 아냐.. 가야합니다."
"돌아온다고 해줘, 아냐쨩.."
"…… "
"Пожалуйста… "

아냐는 자신의 옷자락을 쥔 나의 손을 부드럽게 쥐더니 그 옷을 놓게끔 살짝 힘을 주어 손가락을 풀어버렸다. 이런데만큼은 완고한 아이에게 나는 이길 수 없는 것이였다. 뜨끈하게 눈시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 같이가요, 그럼."
"…… "
"미나미, 아냐… 같이가는 것…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 응."
"하지만 미나미, 혼자 못 있겠다면- 가요. 같이."
"……… 응… 고마워, 고마워… 아냐쨩."

꼬옥 안아주는 아냐의 품은 왠지 차가웠다. 깊게 내쉬는 한숨은, 어째선지 내게 불안함을 느끼게 했다.




침대, 였겠지… 그건. 

난생 처음보는 좌석이였다. 혹시 몰라 챙긴 목베개는 전혀 쓸모없게 된 그런 좌석이였다. 갑작스레 잡힌 비행인데도 그런 좌석을 하나 더 자연스레 잡아버린다는게 놀라웠다. 아냐는 비행내내 내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으며, 이따금 한숨을 내쉬고 창 밖을 보다가, 침대에 누웠다가, 헤드셋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어딘가 모르게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해서 내가 너무 억지를 부렸나, 싶어 주어진 좌석… 아니. 침대에 웅크려 앉아있었다. 비행내내 그런 시간을 보냈다.


"Стася!"
"Да."
"…кто?"
"Не прикасаться."
"Да!"

계속 웅크려있어 뻐근한 허리를 톡톡 치며 내린 비행기, 입국처를 나서자 당황스럽게도 검정 양복을 입은 남성들이 좌르륵 들어서있었다. 족히 13명은 넘을 그 사람들은 아냐가 나오자마자 정중함을 넘은 각도로 허리를 굽히고는 바로 들어 내쪽을 향했고 아냐는 그제서야 나의 손을 살짝 건드리며 눈을 마주쳐줬다. 놀랍게도, 아냐의 눈은 그 색만큼이나 푸르게 시렸다. 

아냐의 그 행동은 그 남자들의 말문을 딱 막아버렸는지, 그들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중 유난히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의 남성은 준비해온 듯한 수트케이스를 펼쳐 새까만 정장 마이를 아냐의 어깨에 걸쳐주고는, 조금 더 자라 길어진 아냐의 머리카락을 붉은 머리끈으로 살짝 묶어주었다. 새까만 마이, 하얀 머리, 꽁지머리의 윗 부분의 붉은 머리끈. 굉장히 인상적인 모습에 붙잡은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을 주어버렸다. 

"놓지마세요, 지금부터- 놓아도 좋다고 할 때까지."

아냐는 남은 왼손을 앞쪽을 향해 휙휙 가로저었고, 남성들은 길을 만들 듯 아냐의 발걸음에 맞춰 양 옆으로 일렬을 만들어 따라 걸었다. 마치 외부 사람들이 아냐를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그렇게 공항 밖을 나서니 상무님이 타던 것 같은 그런 검정빛의 긴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맨 앞의 남성이 달칵- 소리를 내며 조심스레 문을 열었고, 아냐는 아주 당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붙잡은 손은 여전해서, 나는 꽤나 엉거주춤하게 아냐의 뒤를 따라들어갔고 뒤이어 문이 닫히고 차가 출발했다. 아냐는 블라인드가 쳐진 창가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어딘지 모르게 초조함을 내비쳤고, 그런 아냐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자 이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냐고 물어봐야 할 사람, 아냐입니다."
"응?"
"미나미, 괜찮나요? Нет. 괜찮을겁니다. 당연히."
"…… 아냐쨩?"

아냐는 어리둥절함이 잔뜩 묻어있을 내 얼굴을 보고는 그 차가운 눈빛을 지우며 씨익 웃어주었다. 

"Белый."
"Да."

"미나미, белый… 하얀색. 검정빛, 입을 필요 없습니다."
"…… 하얀색? 입어… ?"
"저만, 보면 되니까. черный, 어울리지 않습니다."
"… 응?"

하얀색의 옷이 좋을거라며 웃고는 눈을 떠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아냐의 눈빛은, 일본에서 출국할 때와 마찬가지였다. 차가워서, 익숙하지 않았다. 날카롭고… 시렸다.


당신은, 하얀색. 결코, 검정 옷을 입을 일은 없습니다.

아냐는 또 한 차례 웅얼거렸다. 그 후, 우리가 '그 곳'에 도착할 때까지 아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 무겁게 들리는 차의 엔진소리. 그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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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2차/데레마스 2016. 3. 3. 22:37

초콜릿

 

 

2015-11-25

닛타냐

아나스타샤x닛타 미나미

 

리퀘스트 키워드, 초콜릿

for @hoyamaru1261

 

 

 

 

 

"그거, 쓰지 않니?"
"…Да. немного…"

조금, 이요. 라고 덧붙이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아냐쨩을 보며 들고있던 물병을 건넸다. 

"요즘들어 자주 먹네, 그 초콜릿."
"아- 화날 때, 짜증날 때. 먹습니다."
"요컨대,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 당분…이라던지?"
"Да."

우물거리며 초콜릿을 씹어삼키고는 입가심하듯 물을 들이키는 모습을 보며 카나코쨩을 떠올렸다. 종종 사무실에서 과자를 건네던 모습을 생각하니, 이것도 카나코쨩이 가르쳐준걸까 싶었다. 분명 당분이라던지, 초콜릿이 순간적인 스트레스에는 좋을지 몰라도 이렇게 쓴 향이 풍기는거라면 어떨까, 싶어진다.

"아냐쨩, 그 초콜릿. 혹시 포장지라던지 있으려나?"
"포장지… 여기."
"…아, 역시. 카카오함량이 이렇게나 높은걸…"

카카오, 함량? 이라며 갸웃거리는걸로 보아 분명 달콤한 초콜릿이 도움이 될거라는 말만 듣고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골라 잔뜩 산 것이리라. 

"아냐쨩, 초콜릿은 되도록이면 소량씩 사서 먹는게 어떨까? 이번건 잔뜩 사서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ㅡ음… 우와아, 역시 쓰네…"

조금 도와줄까싶어 남은 초콜릿을 뚝 부러트려 입에 넣었는데, 아냐쨩이 입을 달싹일 때마다 나던 그 씁쓸함이 이쪽 입으로 넘어온 듯이 쓴 향이 확 퍼져났다. 게다가 단단하기까지해서 여러번 씹으니 그제서야 조각나고 묽어지는 것이였다. 입에서 남은 초콜릿 덩어리와 부스러기를 굴리며 살살 녹여가며 혹여 쓴 향이 전해지지 않을까 입을 가리고 아냐쨩을 바라보았다.

"미나미,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됩니다."
"으응, 나도 마침 스트레스가 조금 쌓여서."
"…그렇, 습니까."
"응, 그래도 역시 쓰네. 고민이 날아갈 정도로."
"아, 실수… 였습니다. 단 초콜릿, 분명 도움될 줄 알았습니다."
"다음엔 부디 달콤한 초콜릿을 살 수 있길 바랄게."

걱정스레 이쪽을 보는 아냐쨩에게 살짝 눈웃음을 지어주고 물병을 집어들었다. 아직 입 안의 초콜릿이 다 녹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 그냥 삼키는게 나을까, 싶어 병뚜껑을 열었다.

"…미나미!"
"응, 아냐쨩?"
"좋은, 생각. 났습니다!"
"에? 어떤ㅡ"

이렇게! 라면서 턱을 붙잡더니 입을 밀어붙여왔다. 당황스러움이 떠오른 눈으로 아냐를 바라보니 그 눈빛은 저만 믿으세요, 라는 듯이 강하게 이쪽을 응시해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는 눈을 감았다.
 
입술을 적시며 눌러오는 느낌에 가만히 입을 열어주니 아냐쨩은 천천히 틈을 메워왔다. 그러고보니 아직 입에 초콜릿이 남아있는데 괜찮은걸까, 싶은 걱정이 떠올랐는데 뒤이어 아냐쨩은 무언가 찾듯이 느릿하게 안을 휘젓는 것이였다. 볼 안쪽에 작게 눌러붙은 초콜릿 조각부터, 뒷 치열에 뭉친 초콜릿들을 지나 혀 아래에 모인 초콜릿까지 적셔가며 천천히 내게 발라주듯 간질이며 그 씁쓸함을 녹여가는데, 놀랍게도 초콜릿은 혼자 녹이던 때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녹아갔고 훨씬 더 달콤해졌다.
 
입 안을 채우는 향과 감촉에 아득해져 아냐쨩의 옷자락을 꼬옥 붙들었다. 점점 녹아 사라져가는 초콜릿을 느끼며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가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아냐쨩은 제 할 일을 다 한 것인지 입을 떼고 가볍게 다시 입맞춘 뒤 져지소매로 내 입술을 톡톡 닦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을 짧게 다시 핥고는 짓궂게 씨익 웃으며 나를 봤다. 장난스러운 모습에 작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습니까? 아냐, 달콤했다고 생각합니다."
"응, 달콤했어."
"성공, 입니다!"

손벽을 짝 치고는 가볍게 주먹을 쥔 양 손을 가슴께에 당겨 앞 뒤로 흔들며 눈을 반짝이는 아냐쨩을 보며 나도 약간 장난끼가 올라왔다. 

"아, 미나미?"
"…아직 조금 더 남았네, 아냐쨩."
"억지로 안 먹어도 됩니다. 아냐가 나중에 먹으면…"
"으응. 쉿ㅡ"
"…?"

귀여워, 하고 풋, 웃고는 아냐쨩의 져지 주머니 밖으로 비죽 튀어나온 초콜릿 포장지를 당겨 남은 초콜릿 조각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아냐쨩?"
"Да. что?"

영문을 모르는 듯이 빈 초콜릿 포장지를 받아든 아냐쨩은 여전히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처럼 초콜릿을 우물거려 조각내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천천히 말했다.


"초콜릿… 역시 좀 쓰네, 아냐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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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2015-11-25

닛타냐

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싹둑- 하고 잘라내버렸다.

"… 미, 미나미?"
"아름다워, 아냐쨩."

단조롭게, 고조되지 않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놀라지 않았다. 억척스레 차가운 날붙이로 끊어낸 눈같이 하얀 은하수들을 바라보며 비죽하고 조소를 흘려냈다.


언제부터 나는 너를 이렇게 차분히 바라볼 수 있게 된걸까. 다른 사람들이 너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네가 그 중 한 사람을 계속 따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너와 그 사람, 둘이 만나는 시간이 늘었을 때부터? 기어이 네가 나에게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는 순간부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다니는 걸 본 순간부터? 네가 그 사람에게 눈을 감고, 둘이 가까워지는 걸 보는 순간부터?


내 이름을 부르며 어디까지고 따라올 것 같은 너를 기억해서, 이 눈에는 그런 너밖에 보이질 않아서 곤란했다. 어느 순간 너는 내가 잘 아는 어떤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 사람과의 시간이 점점 늘어버려서 속상했다. 물론 네가 연습이나 레슨, 라이브, 촬영 등의 일에 소홀해진 건 아니지만 우리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그 사람에게 나눠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불안함이 더 커져만 갔다. 나는 너를 보는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단정지어버렸다. 

"почему… ?"
"왜, 냐는거지? 글쎄- 아름다웠으니까, 일까나."

당황스레 이쪽을 보는 너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해도 죄책감에 양심이 찔리는 일은 없어져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된걸까.
 창문을 확 열어재끼니 차가운 밤 공기가 상반신을 강타하고 들어왔다. 강하게 붙잡은 부드러운 머리칼들은 눈부시게 하얀빛이라, 검은 밤 공기가 섞이자 나의 손을 벗어나려고 세차게 흔들렸다. 손을 간지럽히는 그 감촉에 또 한 차례 비웃음이 섞인 표정을 지어버리고 방 구석 쓰레기통에 그 머리칼들을 박아넣어버렸다.
 예쁘게 기른 머리카락은 하나로 묶여 한쪽 어깨를 타고 앞으로 내려와있었는데, 그 모습이 밤 하늘에 겹치니 너무나도 눈에 띄게 아름다워서 계속 바라보게 되었던 그런 머리였고, 이 머리칼을 웃으며 쓸었을 그 사람을 생각하니 갑작스레 치밀은 화에 참지 못하고 잘라버렸다. 

"아냐쨩, 너무 아름다워졌어. 대체 언제부터일까?"
"…… "
"게다가 그 머리칼은, 언제부터 그렇게 길어진거니?
"… 예전, 부터. 길기 시작해서ㅡ"
"쉿."

휙하니 다가가 달싹거리는 너의 입술을 차가워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버렸다. 이 부드러운 입술도 그 사람이 손을 댔겠지. 맛을 보려고 우악스럽게 그 입을 들이댔을까, 싶어 자연스레 얼굴이 찌푸려졌다.

"미나미, Неповадно. 안돼요."
"안 되는게 어디있니? 언제부터 있었니?"
"아, 안 됩니다. 싫습니ㅡ"
 
억지로 입을 맞댔다.

나는 양팔을 붙잡고 계속 그 분홍빛 입술을 응시했고, 그게 나의 입맞춤의 직전인 행동이라는걸 익히 아는 너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을 표출했지만 딱히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싫다고 하는 말을 들을수록 억지로 취하고 싶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랬다. 

따뜻한 입술에 입을 포개도 절대로 열어줄 생각이 없어보이는 고집에 그 작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어버렸고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눈빛이 스치며 아냐는 그 입을 열어주었다. 지체할 틈도 배려도 없이 그 안을 들어가려했는데ㅡ

"…… 읏… !"
"……… 싫다고, 했습니다."
"… 아냐쨩."
"싫습니다, 아냐… 억지로 당하기 싫습니다."
"…… 언제부터… "

끝이 살짝 들어가자마자 깨물려버려 차가운 피가 섞여나와버렸다. 자칫하면 큰일이 날 상황이였을 수도 있는데, 너는 그 입에 닿자마자 끝을 세차게 물어버렸고 놀라 떨어진 나를 기어이 밀쳐버렸다. 찬 바람이 젖어들어가는 혀 끝을 스쳐 더욱 쓰려졌다. 아직 제대로 탐하지도 못한 네가 아쉬워 입맛을 다시니 아랫입술에 흥건히 피가 묻어났다. 이젠 조소밖에 떠오르지 않는 입가에 스스로의 붉은 립글로즈는 꽤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 입술을 모아 잘 문대고 경멸하는듯한 그 푸른 눈빛에 씨익 웃어보였다. 

언제부터, 나를 이렇게 거절하게 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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