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2차/데레마스 2016. 3. 3. 22:57

리본

 

 

2016-02-18

 

자공자수

닛타 미나미

 

랜덤연성 배정 커플링, 키워드.

@Deremas_random

 

 

 

 

수줍은 듯 하면서도 선명한 붉은 리본은 나의 이 새끼손가락 끝에, 그리고 저 너머의 당신의 손가락 끝에 걸려, 인연이라는 것을 선물해주듯 늘어뜨려져 있었다.


"요즘엔 꽤나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미나미쨩."
"아, 미나미. 좋은 일… 있습니까?"

"으응. 별 일은 없지만 기분은 좋아요. 항상."

 카에데씨와 아냐는 요즘 들어 나의 안색이 부쩍 좋아졌다, 라던지. 좋은 일이라도 있냐, 던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가벼이 웃어보이며 별 일은 없다고 대답해주는 것 또한 최근의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정말로 별 일은 없다. 정말로.



"다녀왔습니다."

 프로덕션에서 돌아와 들어선 집은 오늘도 조용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털썩 몸을 누인 채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잘 들어갔냐는 아냐의 연락. 내일 다시 보자는 카에데씨의 연락. 스케줄 변동이 있을 수도 있으니 대기해달라는 프로듀서의 연락. 잠잠해졌나, 싶으면 다시 울려대는 휴대폰을 보며 고개를 젓고 미미하게 울리는 진동의 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기분에 전원을 꺼버리고 툭 하니 옆에 내던져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 과격한 방법이였고, 어쩌면 꼭 연락해야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하다 다시 휴대폰을 집어들어 전원을 켰지만 그 후로 전화는 다시 울리지 않았다. 

"귀가 후에는 조용하게 내 시간을 갖고 싶으니까… 미안해요, 다들."

 옷도 채 갈아입지 않은 그대로 누워있는 이 시간이 꽤나 나른해서 팔을 올려 눈을 덮어버렸다. 조용한 가운데 들려오는 소리는 신경에 거슬리게 째깍이는 시계의 작은 초침소리. 살짝 찌푸려지는 미간을 느끼고 애써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니, 이어 두근두근 하고 고동소리가 느껴졌다. 들려온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솔직하게는 느껴진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소리였다. 

 조용한 방. 오직 혼자뿐인 그 공간에서 왠지 평안하게 울리는 고동에 손을 얹어보니, 문득 오늘 귀가길에 거리의 문구점에서 산 리본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아마 이쯤 넣어둔 것 같았는데… "

 정말로 단순한 그저 문구 장식용 리본. 약간 반짝이는 듯이 매끄러운 긴 리본을 꺼내들었다. 지친 귀가길, 어째서인지 문구점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리본이 즐비한 진열대가 눈에 띄었다. 무심결에 들어간 가게 안에서 마땅히 선물할 것도 없는데 집어들어 계산하게 된 이 붉은 리본. 둥글게 말려 감겨있는 리본의 끝을 툭 푸니 아주 길지만은 않은 길이가 스르륵 떨어져 내려갔다. 무작정 사 온 리본을 어디에 쓸 지 고민하며 역시 장식용이 좋을까, 싶어 이곳저곳 둘러보는 와중에 방 안에 남겨져있던 나의 연인과 마주했다. 

"…… 아. 다녀왔어요."

 어색하게 미소짓는 나의 연인은, 나의 인사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모아 마주 인사해주었다. 몸을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누워있다 일어난 것인지 약간 헝클어져있는 머리를 쓸어넘겨주고 싶어 손을 뻗었다.

"아차. 당신도 저를ㅡ"

 동시에 손을 뻗어왔다. 손 끝과 끝이 아주 살짝 닿아, 잠시 차가움이 전해지자 바로 손을 뗐다. 당신과 나는 똑같이 놀란 눈을 했다가, 이어 당연하다는 듯이 웃어버렸다. 나는 슥슥,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너머로 본 당신의 모습 역시 말끔해졌다.

"오늘은 말이에요ㅡ"

 잠시 시선을 구석으로 돌려 짧게 들이 쉰 숨을 길게 내뱉고 말을 텄다.
 
 오늘 있었던 일. 항상 그 날 있던 일을 이렇게 나의 연인 앞에서 하나하나 풀어두었다. 속상했던 일, 힘들었던 일. 이런 저런 정리할 수 없는 일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조심스레 당신에게로 시선을 올리면, 당신 역시 나를 복잡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봐주었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같이 속상해주고 함께 힘들어해주는 그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속상해, 애써 웃어보였다. 그러면 나의 웃음에 당신도 애써 웃어주었다. 너머의 당신 역시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나의 지친 마음을 이해해주고 온전히 공유해주는 당신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사랑스러워서 그 얼굴에 슬픈 표정을 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 깜빡할 뻔 했어요. 오는 길에 샀거든요, 이 붉은 리본."

 어떤가요? 하고 배시시 웃어보이니, 나의 연인 역시 그게 마음에 드는 듯 수줍게 웃어주었다. 리본에 어울리는 장식할 곳을 찾던 생각이 갑자기 닿더니, 시선이 반짝하고 나의 연인과 마주쳤다. 

"이거, 역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떤가요?"

 한 손으로는 버거운 리본묶기였다. 조금 도와준다면 기쁠텐데, 하고 너머의 연인을 힐끔 바라보았지만 마주한 그 눈을 보자, 가벼운 코웃음이 났다. 당신의 옆 벽에 손을 대 보기도 하고, 입을 동원해 보기도 하여 그 붉은 리본은 나의 새끼손가락 끝에 간신히, 어색하게 묶이게 되었다. 

"그리고, 테이프."

 잠시 데스크에 가 문구 용품을 모아둔 서랍 칸을 열어 잘 정돈된 문구류에서 투명 테이프를 꺼냈다. 너무 길지않게 끊어낸 투명 테이프를 들고 다시 연인의 앞에 가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이 리본, 예쁘지 않나요? 게다가 붉은 색. 이걸, 이렇게 하면ㅡ"

 차가운 거울면에 리본의 끝을 가져다 대고 투명테이프로 붙여 고정시켰다. 

"붉은 실, 같지 않나요?"

 거울 한 면을 통해 리본은 우스꽝스럽게 이어진 듯, 끊어진 채 붙어있었다. 그 단면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 속 스스로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한 없이 지쳐보이는 얼굴. 오늘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의 무게가 자연스레 보여 공감하게 되는 모습.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숨겨온 나약한 표정이 보였다.

"… 오늘도 수고했어."

 그 너머의 나에게 인사를 했지만, 표정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자, 웃어야지? 미나미. 많이 힘들었던 건 알아. 하지만 이런 모습은 안 어울려요."

 차게 식은 거울 속 모습의 입꼬리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대고 천천히 옆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천천히ㅡ 웃어보였다. 마치 내가 거울 속 나를 웃게 하듯이.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다가 피식, 하고 조소를 내비쳐버렸다. 거울에 가까이 다가가 그 처절한 모습에 가벼이 입을 맞췄다. 입술에 닿는 차가운 감촉은 역시나 당연하게 가슴을 찔러왔다. 다시금 바라본 그 두 눈은 조금 전보다 더욱 젖어가고 있어 더 이상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거울 속 스스로와 이마를 맞댔다. 

"괜찮아, 당신은 괜찮아요. 우리 내일도 힘내요."

 당신이 힘든 건,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무너지지 말아줘.

 거울 속 맞잡을 수 없는 손에 아쉬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당연스레 그 손 위에 손을 맞댔다. 잔인하게 선명한 붉은 리본은 나의 이 새끼 손가락 끝에, 그리고 이 너머 당신의 손 끝에 걸려, 절대 마주할 수 없는 인연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듯이 어색하게 끊긴 채 투명 테이프로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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