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2차/데레마스 2016. 3. 3. 22:57

커피

 

 

2016-02-13

마유나오

사쿠마 마유x카미야 나오

 

랜덤연성 배정 커플링, 키워드.

@Deremas_random

 

 

 

 

 

 자주 가는 패스트푸드점의 최근 시리즈는 풀봇코쨩이였다. 햄버거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카렌에게 햄버거를 사주겠다는 말을 했더니ㅡ

"흐응… 나 혼자 햄버거를 먹을 수는 없는데."

 라며 바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메일을 보내듯 화면을 두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오까지 얻어먹겠다며 연습실에 처들어온 통에 지갑은 두 배로 얇아질 위기에 처했다. 추가된 몫까지 해서 어린이세트를 두 개 시켰다가는 카렌에게 본질이 피규어였다는 것을 들킬 것 같아, 아쉽지만 오늘의 풀봇코쨩은 하나로 만족하기로 하고, 하나는 일반 햄버거세트를 시키기로 했기에 묘하게 손해보는 느낌도 났다.

 자연스레 두 사람은 다녀와- 라는 말을 하며 나를 봤고, 어째서 나 혼자만 가야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쪽이 풀봇코쨩을 데려오기에는 편할 것 같아 선심쓰는 척 하며 서둘러 다녀왔다.
 
 냉랭한 연습실 바닥 위에 대충 펼쳐둔 내 져지 위로 재잘대며 신나게 햄버거세트를 펼치는 두 사람을 보고 천천히 뒤로 걸어 그곳을 빠져나왔다. 

"카미양, 오늘도 피규어?"
"응, 그렇지 뭐. 풀봇코… 였던가?"
"역시 카미양은 귀엽네!"
"그렇지?"




 연습실 근처 로비로 나왔지만 어째 보는 눈들이 꽤 있어, 풀봇코쨩을 감상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뒤로 감춘 풀봇코쨩을 소중히 감싸쥐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누군가 톡톡, 하고 어깨를 건드렸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짐작이 갈 만한 사람이지만 돌아보지 않으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싸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어버려서 나는 최대한 자연스레 몸을 틀어 그 사람의 짙푸른 눈을 마주했다.

"…아, 돌아봐주셨네요. 나오씨가 이렇게 봐줄 때마다 마유는 기쁘답니다."
"……으, 응… 그래."

 간격을 두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하다가 겨우 꺼낸게 고작 버벅이는 대답이였는데도 만족한 것인지, 마유는 반쯤 뜨인 눈으로 호를 그리며 웃음짓고는 뒷짐 진 내 한쪽 팔에 자연스레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나를 이끌었다. 나는 차마 뒤로 숨긴 풀봇코쨩을 앞으로 돌려 가져오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마유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햄버거세트가 식사였나요?"
"………아… ……응. 뭐어…"
"안된답니다, 그런걸로는. 매번 그런 식단이면 몸이 상해버려요."
"…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끌려 들어간 사무실은 비어있었다. 마유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팔짱을 풀고 내 뺨을 쓸고는 후후, 하고 웃어보이며 걸음을 옮겨 전기포트의 전원을 올렸다.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이 올라가는 소리가 퍼졌고 나는 오늘도인가, 싶어 터벅터벅 테이블 앞으로 가 풀봇코쨩을 소중히 내려놓고 맞은편 소파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댔다. 

"으헤… 프릴 구현도가 훌륭해. 이 정도면 모을 가치가 있다고. 역시 풀봇…… "

 테이블 위에 둔 풀봇코쨩을 가만히 보다가 무심결에 머릿속으로 생각해야 할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무의식이라는 건 대단하다. 말을 뚝 끊고 살며시 시선을 올려 포트 앞의 마유를 살폈다. 역시 못 들은건가, 싶어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던 찰나 마유는 몸을 천천히 돌려 나를 보고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 순간, 집 장식장에 서 있는 어느순간 어딘가 한 군데씩 부러져 다시 붙이는데에 무던한 노력을 쏟은 풀봇코쨩들이 떠올라, 테이블 위의 풀봇코쨩을 나의 옆 자리에 고이 가져다두었다. 이 녀석은 무사해야 할텐데. 하며 풀봇코쨩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다가 자그맣게 들려오는 발 소리에 크흠, 하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풀봇코쨩은 없는 여자인 것이다.

"여기, 커피랍니다. 오늘은 조금 달게 해봤어요."
"…매번 이런 거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나오씨가 기쁘게 마셔주니 매일같이 해드리고 싶은걸요."
"내, 내가ㅡ"

 내가 언제! 라는 말이 다 뱉어지기도 전에 내밀어진 커피의 미미하게 들큰한 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어찌 되건, 마유의 커피는 하루 피로를 녹이는데 아주 훌륭한 효능을 보인다. 다만 그 커피가 씁쓸한 날은 무언의 각오를 해야한다는 날인 경우가 있다는게 흠이긴 하지만. 힐긋 본 마유는 늘 내가 자신이 타온 커피를 먼저 마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잘 마실게, 라는 말을 꺼내기가 간지러워 볼을 슬쩍 긁적이고 찻잔에 입을 대 오늘의 한 모금을 머금었다. 그제서야 마유는 내 옆 자리의 풀봇코쨩을 아주 자연스레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앉아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풀봇코쨩이 밀렸을 때, 주춤하며 잔이 흔들렸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어서 마유의 찻잔 옆에 나의 찻잔을 내리고 애써 마유를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괜찮으신가요?"
"…응. 그…"

 마유는 옆에 밀어둔 풀봇코쨩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 내 어깨에 기대왔다. 실려오는 무게에 천천히 몸이 굳어갔다. 전방으로 향한 시선에 마유가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마유는 풀봇코쨩을 보고 있는게 확실해서 이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튼. 다른 여자를 보며 히죽거리던 것에 대해 어떻게 변명해야 할 지 머리를 굴렸다. 달게 했다던 커피에서 씁쓸한 끝 맛만 강렬히 파고드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이야기했나요?"
"역시 오늘도 말해야 하는거야?!"
"마유의 생각은… 얼마나 하셨나요?"
"엑…… "

 나긋나긋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심지가 콱 박혀있는 것 같았다. 씁쓸한 향이 퍼지는 잔을 바라보다 설탕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며 자리를 떴다. 등 뒤로 꽂혀오는 시선이 마냥 달지만은 않아서 목덜미를 쓸었다. 아무래도 오늘의 커피는 설탕을 아무리 넣어도 달 것 같지 않다. 

 "어서오세요. 할 이야기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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