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구경

2차/데레마스 2016. 3. 3. 22:08

별 구경

 

2015-10-14

닛타냐

닛타 미나미x아나스타샤

 

 

 

 

요컨대, 그런 것이였다. 별 구경.
도쿄의 하늘은 별이 잘 보이지 않아 쓸쓸해요- 라고 말하면서도, 내일이면 더 잘 보일겁니다. 라고 웃으며 방에 들어가는 아냐쨩을 보는 내 마음도 슬슬 갈라져가는 것이였다.
 
나와 아냐의 스케쥴이 가장 겹치면서도 짧은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프로듀서에게 혹여라도 갑자기 늦게 스케쥴이 잡힐 일이 없는게 맞냐고 세 번을 물어 확인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자격증, 많이 따 두기를 잘했어. 이럴 때 쓰일 줄 누가 알았겠어? 준비는 완료네. 


"미나미, 갑작스럽습니다. 푹 자라고 해도 당장은 잠, 안 와요."
"푹 자고 일어나면- 좋은 곳에 가자. 어때?"
"좋은 곳?"

갸웃거리는 아냐의 머리를 가볍게 한 번 쓸어주고 일어났다. 분명 이 근처쯤에 아, 저기 있네. 방 한 켠에 고이 세워 둔 천체 망원경의 세트.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도 아냐쨩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그 상자의 앞에 쪼그려 앉아 가볍게 겉면을 톡 톡- 쳤다. 

"계세요? 망원경씨, 오늘은 함께 나가지 않겠어요? 일거리, 들어왔답니다?"
" 미나미?"
"아- 그래도, 늦은 밤에 일 할거니까요. 분명 피곤하시지 않으려나, 조금정도는 주무시면 기쁠 것 같아요."
"!"

드디어 눈치챘는지 침대 위로 무게가 옮겨가는 소리, 이어 푹신하고 바스락거리는 이불의 마찰음이 들렸다. 분명 잠이 오기를 바라며 이불을 꼬옥 붙들고 있겠지, 싶어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잠이 올 리가 없는데도 두 눈은 꼭 감고,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 채, 배 위에 올려둔 손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챙겨야 할 건, 저기 망원경이랑 두꺼운 담요 정도일까? 혹시 모르니 비상금을 조금 더 챙기고."

아냐의 곁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있는데 온 힘을 다하는 건지 인상을 써 찌푸려진 미간을 살살 문지르고 그대로 손을 펴 이마를 쓸어 잔뜩 들러붙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었다. 역시 잠이 안 오는 건지, 아냐는 살며시 눈을 떠 내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정 잠이 안 온다면 예상보다는 이르지만, 천천히 출발해볼까?"
" да!"


벌써 몇 시간이 지난걸까. 
애초에 이른 저녁부터 미리 자두라고 했던 나도 나였지만, 잠이 안 온다고 한 덕분에 일찍 출발하기를 잘한 것 같다. 생각보다 길이 복잡해서 꽤 헤맸는데, 길을 제대로 탄 순간부터는 휴게소도 간간히 보여서 틈틈이 내려 아냐쨩의 멀미를 가라앉혀주고, 마실 것도 사 마셨다. 

"이제 마지막 휴게소야, 아냐쨩."
" 음, 불- 다 꺼져있습니다."
"그러네. 시간도 시간이니까 아쉽지만 그냥 지나갈까?"
" Нет, 잠깐 들렀다가요."

마침 나도 잠이 오던 차였으니, 바람도 좀 쐬어둘까 싶어 바로 차를 댔다. 아냐쨩은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가서는 우와아아- 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오는 시간도 시간이였으니, 꽤 지루하기도 했겠지. 자고 온 것도 아닌데, 차 안에서 말똥하게 눈을 뜨고 뒷 좌석에 둔 망원경을 바라보고, 앞을 보고, 다시 보고, 앞을 보고를 계속 반복했으니 정신도 없었을테고. 

"краси́вая..."
"아냐쨩, 추우니까 담요 두르자?"
"미나미, 도착지 여기입니까? 하늘, 온통 반짝반짝 "
"으응, 아직 아니야. 그래도- 여기도 꽤 좋은걸?"
"да. 그래도 여기보다, 북해도.. 훨씬 더 많은 звезда 있습니다."
"아하하 역시 그렇겠지?"

역시 비교할 건 아니였으려나, 싶어서 조금 씁쓸해졌다. 
아직 갈 길이 남았으니 돌아가자, 라고 말해도 아냐쨩은 그 자리를 수 분간 뜨지 못했다. 아이같이 방방 뛰기도, 주위를 계속 맴돌기도 했다. 날씨가 맞아서 다행이야,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는데 벌써부터 저렇게 좋아하다니ㅡ



응, 좋아. 도착이네.

인적이 드물다 못해 끊어진 듯한 산 중 도로변.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건지, 문득 카에데씨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냐쨩은 그 휴게소를 뒤로 한 후, 차 안에서 서서히 졸기 시작했다. 저녁쯤에는 오라고 해도 오지 않던 잠이 중요할 때 밀려오니 내심 속상했는지, 눈이 감길 쯤으로 추정될 때마다 자신의 허벅지를 퍽퍽 내리치거나, 양 손으로 볼을 짝- 하고 치거나, 창을 내리고 찬 바람을 쐬거나 했지만 기어이 잠에게 졌는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카시트 위로 떨어진 손을 살짝 건드려보아도 미동도 않기에, 그 후에는 담요를 덮어주고 쭉 운전을 했다. 

" 하아- 쌀쌀하네. 담요, 더 가져올 걸 그랬으려나."

뒷 좌석의 망원경 세트 상자를 조심스레 꺼내 차 옆에 두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위험할테니 오늘은 내가 잠을 아끼고 아냐쨩을 푹 자게 해주는게 좋겠지, 싶어 캔 커피를 따 세 모금쯤 마시는데 




덜컥-
덜컥 덜컥
덜컥






쾅쾅쾅쾅쾅









"정말... 아냐쨩, 놀랐잖니. 혹시 몰라 닫아둔 걸.. 차라리 열어달라고 말하.... 아니, 안 들렸으려나."
"미나미, 너무합니다.. 아냐, 두고.. 혼자 구경 잔뜩- 하고 있었습니다!"
"에, 아니. 나, 제대로 준비 중이였는걸. 저기- 오늘의 일꾼, 망원경씨."
"прекра́сная!"

근처에 세워둔 상자를 가리키자 뛰듯이 가, 상자에서 낑낑대며 망원경을 꺼내기 시작했다. 삼각대를 세워두는 것 부터 시작하여, 혼자서도 뚝딱뚝딱. 렌즈 덮개를 탁 하니 빼 들고 뿌듯함이 묻어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 이제 마음껏 별을 즐기도록 해- 아냐쨩. 

이라고 생각한 순간, 다시 렌즈 덮개를 맞춰 끼워버렸다.

"아냐쨩..?"
"오늘은 눈으로 보는 것,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모처럼 온 걸. 망원경도 다 준비했으면서.."
"망원경, 가까이 있는 건 제대로 비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별이 가까이 있다는 소리인걸까? 
손에 들린 커피를 마저 마시는데 아냐쨩이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아차, 아냐쨩 몫의 커피를 샀어야 했으려나. 싶었지만 좋은 경치를 보고, 푹 자면 분명 좋은 꿈을 꾸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커피를 안 산 것도 있다. 주변을 지켜보는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할테고. 

"아냐쨩, 일등성이라는게 저런 느낌인걸까? 가장 빛나는 별, 이라고 하니까."

천문학에 대한 지식에 바삭한 건 아니니까, 적당히 알고 있는 정도밖에 말해볼 수 없는게 조금 아쉬웠다. 그러니까.. 일등성, 이라면 분명 볼 수 있는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의 등급, 이라고 했던가? 이 중에서는 저 정도- 라던지. 아니, 아무리 아냐쨩이라도 아무 별이나 집어댄다고 다 알 리는 없을지도.

"저기 아냐쨩?"
"미나미."

이렇게나 많은 별들을 보고 있으니, 나까지 아찔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도 아냐쨩, 망원경 렌즈를 덮은 후로는 하늘을 보는 건지, 어디를 보는건지 시선이 줄곧 내 뒷쪽 아니, 내 근처? 에 머물고 있어서, 역시 별로려나- 싶어 조금 아쉬워졌다. 

"역시 별로니? 북해도에는 당장 갈 수 없어서, 이 정도가 전부라 미안해."
"Нет."
"에..?"

정확하게 눈치챈 건 바로 지금쯤, 인 것 같다.
아냐쨩은 망원경 렌즈를 덮은 그 후부터 쭉- 나를 보고 있었다.
아냐쨩보다 더 들떴을지도 모르는 내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을 거라는 걸 깨달으니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연상인데도, 침착하지 못하고 붕 떠있었다니. 아, 혹시 일등성 이야기에 다른 생각을 했다던지. 그, 그 여, 영화처럼 가장 빛나는 별은― 바로

"일등성, 가장 빛나는 별, 맞습니다. 하지만―"
"응!? 아, 응 "

"실시등급, 실측.. 현재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 -1.57등입니다."
" 아, 그래."

뭘 바라겠냐만은. 응. 정신차리자, 미나미. 상대는 미성년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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